정부 '10조추경' 제안도 여야 시각차
국민의힘, "10조라도 신속히 하자"
민주 "민생 추경으로는 너무 작다"
역대 최대로 기록될 산불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두고도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난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가 계속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난·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을 위한 조속한 추경을 통과시키자는 제안이다. 최 부총리는 추경 통과 시기로 4월을 언급하면서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는 추경과 관련해 '남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위원 일동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경에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민주당이 절반에 가까운 예산을 삭감하면서 정부가 올해의 목적 예비비를 1조 6000억원으로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마저도 대부분 이미 목적이 정해진 예산이 많아 산불처럼 예상하지 못한 재난에 쓸 수 있는 예산은 40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이에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지난 28일 대전시당위원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마치 예산이 삭감돼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정부가 제안한 10조 추경에 대해서도 '만시지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서면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심각한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하며 AI(인공지능) 등 미래 첨단산업을 준비하기 위한 추경을 요구한지 3~4달이 지났다"면서 "시간이 지연되는 동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더욱 심화됐고, 초유의 산불재난까지 더해졌는데 정부가 제시한 10조원이라는 추경 규모가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30일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기재위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산불 등 재난 예비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