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1분기 홍콩과 주식 중국 순매수 금액은 각각 4억6690만달러(한화 약 6869억원), 3279만달러(482억원)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 주식은 2021년부터, 중국 주식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순매도해 왔다. 특히 지난해 순매도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홍콩 주식은 4억5500만달러, 중국 주식은 1억1800만달러어치 팔았다. 2023년보다 2~3배 커진 금액이다.
해당 기간 동안 홍콩과 중국 주식이 약세를 보였고,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한 '홍콩 ELS 사태'까지 터지며 투심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2023년 미국 주식을 28억2620만달러 순매도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에만 105억4500만달러를 사들였다. 해외주식 결제금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의 대부분을 미국 주식이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금리 정책 여파에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졌던 9월과 10월에는 순매도를 기록했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11월과 12월에는 매수와 매도 격차가 1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순매수 금액은 13억달러를 넘는다.
올해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1월 311억달러였던 매수 금액은 2월 272억달러, 3월에는 217억달러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홍콩 주식의 매수 금액은 1월 1억600만달러에서 2월 4억1700만달러, 3월 7억500만달러로 매월 급증하고 있다. 중국 주식 매수 금액도 2500만달러 수준에서 7000만달러까지 커졌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으로 글로벌 경제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한국, 일본에 들어 있던 자금이 중국과 유럽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18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유럽 주식 순매수 금액은 올해 1분기에만 1억3600만달러로 7배 이상 커졌다.
시장은 이 같은 머니무브의 시작을 '딥시크'로 봤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가 '챗GPT'로 대표되는 미국의 인공지능과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투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당시 딥시크는 챗GPT보다 고성능 반도체를 적게 사용하고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가 줄어들 수 있고, 엔비디아가 이끌어 오던 뉴욕증시의 빅테크 상승랠리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과 중국 주식 순매수 상위권에 샤오미와 BYD 등 중국 기술주들이 이름을 올린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다음 달 미국의 관세부과로 인해 유동성이 줄어드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역별 머니무브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투자금 이동은 기관보다 개인의 움직임이 컸을 것"이라며 "단순히 생각하면 올해 초부터 글로벌 주식 시장의 지수 상승률에 변화가 있었고, 상승률이 높았던 곳으로 자금이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정책은 돈의 이동을 막는 것이고, 이것 만으로도 미국 시장에서 빠질 이유는 충분하다"며 "반면 중국은 3월 양회에서 금리 인하와 이구환신 정책을 내놨고, 유럽은 국방력 증가 등 재정 확대 정책 모멘텀이 남아있어 유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