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오픈 이노베이션' 시도… 기술경영까지 교육·연구 인프라 구축
계약학과 보유해 경쟁력은 충분… '능동성'으로 기존 산학협력과 차별화
계약학과 보유해 경쟁력은 충분… '능동성'으로 기존 산학협력과 차별화
![[오늘의 DT인] `문과 강자` 서강대, 판교에 디지털혁신캠… "AI·반도체 창업·교육 주도"](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3102102163046001[1].jpg "[오늘의 DT인] `문과 강자` 서강대, 판교에 디지털혁신캠… \"AI·반도체 창업·교육 주도\"")
신관우 서강대 교수
"단순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이라면 서강대 말고도 뛰어난 국내 대학들이 많습니다. 제가 서강대학교 판교 캠퍼스에 이식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가진 고유한 문화적 가치입니다. 그것이 기술과 공학으로 유명한 국내 대학들을 제치고 서강대가 판교에 AI·반도체 캠퍼스를 열 수 있게 한 원동력이죠."
신관우(54·사진) 서강대 교수는 3년 전부터 산학협력단장을 맡아 경기 성남시 판교 디지털 혁신 캠퍼스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서강대는 이달 유관기업·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부에서 10년간 AI, 반도체, 첨단 모빌리티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첨단 산학협력의 허브로 캠퍼스를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학교는 총 1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AI와 반도체 분야, 기술경영 등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구축한다. 반도체 설계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국내 AI 기업들과 공동으로 '서강 AI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대학과 기업이 한 공간에서 첨단 AI 연구와 스타트업 육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강대 학생들은 서울 캠퍼스에서 창업교육을 받은 후 판교에 입주해 스타트업을 설립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모델(BM)을 만들어 투자 유치에 나설 수도 있다.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들은 거의 모두 지방 캠퍼스를 가지고 있어요. 오히려 지방 캠퍼스가 서울을 압도하는 경우도 있죠. 특히 연구 공간 측면에서 서울 캠퍼스가 작다 보니 학교로서는 지방 캠퍼스에 대한 필요를 느껴오던 차였습니다." 과거 서강대도 여러번 지방 캠퍼스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학부를 옮겨가는 캠퍼스 대신 창업과 연구, 산학 공간을 넓히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지금 서울 캠퍼스에 있는 산학 공간도 여전히 기업의 수요가 있지만 이미 꽉 차서 내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산학 관련 계획을 세워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판교 캠퍼스는 현재 케파(가용 공간)를 2배로 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신 교수는 산학 전문 지방 캠퍼스를 세우는 것은 국내 대학 중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산단장을 맡기 전에는 일반적인 대학교수에 가까웠고, 판교 캠퍼스가 산단장을 맡은 이후 첫 프로젝트였어요. 지난 2년 동안 직접 수차례 프레젠테이션(PT)을 하면서 왜 서강대가 판교에 들어가야 하는지 알렸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대학교와 지방 유명 공대와 경쟁하는 PT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낙점받았습니다."
그는 수많은 미래 첨단 기술 중 특히 반도체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반도체가 AI와 디지털 전환 기술 발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판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과 AI 기반 스타트업이 밀집한 지역이죠. 이들과 협력해 연구개발, 전문 인력 양성,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문과 중심' 학교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서강대지만, AI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양적으로만 보면 다른 대학보다 부족하다 볼 수 있지만,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이 졸업생을 뽑아가는 '계약학과'를 보유한 학교가 전국에 3개 밖에 없어요. 그 중 하나가 서강대입니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판교 캠퍼스가 기존의 산학 협력과 차별화된 점으로는 '능동성'을 꼽았다. 학교 안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외부 전문가와 투자자를 끌어와 창업을 돕는 것이 기존의 방식이었다면, 판교 캠퍼스는 창업과 연구가 가장 활발한 지역에 대학이 직접 진출했다. 이번 캠퍼스의 핵심 가치가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도 진행한다. 국내 반도체 설계 팹리스 기업의 70%가 집중돼 있는 판교에서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을 모두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지역 캠퍼스 승인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요청한 교육을 오는 6월부터 시작한다.
이달 문을 연 판교캠퍼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이미 뜨거운 상황이다. 기업들이 캠퍼스에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의 90%가 벌써 주인이 정해졌다. 연간 40~50개의 기업을 지원해 10년간 400여개의 기업과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판교에 들어오는 모든 기업에 서강대가 현금 투자를 할 계획이에요. 앞서 보유했던 스타트업이 상장하며 확보한 현금을 1년 평균 10개 기업에 직접 투자해 다시 유망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겠죠."
이를 위한 교내 조직도 키워갈 계획이다. 향후 판교 캠퍼스 내 교육을 전담하는 조직이 구성되고 산학협력단이 가지고 있는 기술 지주회사 직원 등도 합류한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현장형 액티브 캠퍼스를 만들고, 여기서 얻어진 수익을 또 다른 투자로 이어갈 수 있는 시드로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이번 캠퍼스 운영 계획을 활용해 다음에는 이거보다 10배 더 큰 캠퍼스를 만들고, 기술 분야도 확대해 서강대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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