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추경안, 여야 동의 있어야 가능"
여야 공방…여당 10조∼15조, 야당 35조
추경안, 4월 국회 통과도 안갯속
여야 공방…여당 10조∼15조, 야당 35조
추경안, 4월 국회 통과도 안갯속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추경 세부 사업과 관련 예산액을 공개하면 정치권에 정쟁 빌미를 줄 수 있고, 억측도 생길 수 있어 여야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여야 이견이 적어 신속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산불 대응, 통상·인공지능(AI), 민생 지원 3개 사업 중심으로 10조원 규모를 추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회동에서 추경 관련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경을 먼저 시급하게 통과시킨 다음에 여당과 야당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10조 추경을 두고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쭉정이에 불과하다"며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맞섰다.
추경 규모를 두고도 여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당은 산불 재난 대응을 위해 10조∼15조원 규모 추경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산불 대응뿐 아니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소비 진작책으로 국민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지역화폐 예산에 13조원 가량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밝힌 추경안 10조원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산불 피해 규모가 나오지 않아 지원 규모는 알 수 없다"며 "여야 동의를 전제로 필수 사업에 지원이 더 필요하다면 10조원에서 증액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추경안 편성 시기도 예단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중 추경안 국회 통과라는 구체적인 시한을 밝혔다.
하지만, 여야 동의 없이는 정부가 편성안을 제출하더라도 국회에서 전면 수정되거나 아예 통과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설령 부처 협의를 거쳐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심의·의결을 받기까지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4월 추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최 부총리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의 증액이 추진된다면 정치 갈등으로 인해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우려한 이유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산불 피해 복구 등 절박성을 고려해 여야가 공감하는 필수적인 분야로 한정해 추경을 추진하자는 것"이라며 "여야가 동의해 주면 바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경은 속도가 가장 중요한만큼 여야가 공방을 멈추고 4월 내 반드시 추경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난 극복과 경기 침체 방어를 위해 추경이 시급하다"며 "산불 추경이 되더라도 결국 본질은 경기부양, 내수 진작이고, 10조원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 부양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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