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저도 필요하다면 최대주주의 지위를 내려놓겠습니다. 금양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모든 조치들을 신속하게 이행해 조속한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실천 의지를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류광지 금양 회장이 31일 열린 '제7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금양은 저에게 꿈의 원천이며 삶의 전부"라며 회생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자금 확보를 위해선 경영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날 류 회장은 회사 로고가 부착된 점퍼형 유니폼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주총장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24일 거래 정지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주총 시작부터 "오늘 정말 무겁고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며 단상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서울, 경기, 청주,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부산 본사를 방문한 주주들은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차분히 쏟아 냈습니다. 실제 금양의 관건은 자금 조달의 성공 유무입니다. 감사의견 거절 사유가 '유동 부채가 유동자산보다 3501억9700만원 많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금양은 거래 재개를 위한 첫 단계로 4월 11일에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서 등을 포함한 이의신청서를 반드시 제출할 계획입니다. 전문성을 갖춘 법무법인인 세종과 협력해 철저히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세종은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로 상장회사 법률 자문에 특화돼 있어 거래소 대응과 상장사 심사, 이의신청 등에서 다수 성공 사례와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양이 세종과 손잡고 거래 재개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전략적이고 신뢰도 있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상장공시위원회의 개최와 심의는 5월 13일 열릴 예정입니다. 이어 5월 16일 개선 여부가 결정되며 거래소가 개선 기간을 부여할 경우 국내와 해외에서 자금을 빠르게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자금 조달에 성공해야 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개선된 감사보고서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받은 뒤 10영업일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상장 유지 여부를 심의해 주식매매거래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수순입니다. 자금 조달이 관건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금양은 이 자리에서 자금 확보를 위한 5단계 방안을 가동 중이라고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5단계는 해외 투자 유치와 토지 유동화와 담보대출, 전략적 제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국가의 투자허용, 민간 투자자 유치 순입니다.
우선 첫 번째 전략은 해외 투자 유치입니다. 류 회장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재개 이후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한 해외 투자자들과 약 2억달러 규모의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는 토지 유동화와 담보 대출 방안입니다. 기장공장은 현재 약 7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준공이 완료되지 않아 담보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토지를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류 회장은 "땅을 매각하는 대신에 '몇 년 후에 되산다'는 계약을 하는 방식"이라며 "땅을 우선적으로 매각하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지금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설 중인 건물도 평가가치는 낮지만 담보도 병행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세 번째는 금양의 4695의 급속충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국업체와의 협력 타진입니다. 이스라엘 기업인 스토어닷이 15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주주로 참여한 기업인 만큼 이들과 공동 투자 형태로 기장공장을 완공하자는 제안을 검토 중입니다. 스토어닷 역시 미국 나스닥상장을 위해선 생산기지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또 류 회장은 "제가 참 입이 열리지 않습니다만"이라며 말을 아꼈다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국가의 투자 허용'이라는 네 번째 방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기장공장 완공을 위해 중국 등의 투자 유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 변화를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보인 것입니다.
류 회장은 "우리가 환영하지 못하는 그런 국가라고 하더라도 금양에 투자를 해주고, 주주 여러분이 동의해주신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에는 제가 문을 꽁꽁 닫고 우리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일부 국가의 자금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문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유치 방안이 아니라 금양이 기존의 원칙과 금기를 넘어서서 생존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신념까지도 유보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다섯 번째는 민간 투자자 유치입니다. 류 회장은 "실제적으로 아직까지 어느 자금인지 모르겠지만 자금을 모아 금양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있다"며 "이를 포함해 다각도로 투자를 받으려고 하고 있씁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부산 기장공장의 건축 공정률은 약 90%로 마무리 단계입니다. 주요 설비는 21층까지 다 반입된 상태입니다. 배선 등 후반 공정을 진행하던 중 자금 문제로 일시 중단된 상황인 만큼 자금 확보로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 2개월 내에 준공이 가능합니다.
류 회장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떠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현재 이야기하는 조건 중에 어떤 회사는 대주주를 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제가 회사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주식은 절대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3년, 5년, 10년이 지나더라도 금양 주주로서 회사의 성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 역시도 매일 밤 주가와 회사를 걱정하며 잠을 설치는 입장으로 자본 유치든 인수 합병이든 어떤 방식이든 회사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각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류광지 금양 회장이 31일 부산 낙동대로 금양 본사 9층 대강당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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