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초선의원 70명, 친야(親野) 방송인 김어준씨를 내란음모 혐의로 형사고발하자 조국혁신당이 무고죄 고발장을 맞접수했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찾아 '이재명 대표 외 71명'에 대한 내란음모, 내란선전·선동, 강요미수 등 혐의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대상 중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30일까지 국회 선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다시 탄핵소추하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권한대행을 승계하더라도 마은혁 후보자 미임명 시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즉시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주진우(가운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초선의원 전원, 방송인 김어준 씨 등 72명을 내란음모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뒤편은 주 위원장 등을 무고죄로 고발하기 위해 대기 중인 조국혁신당 의원들.<연합뉴스 사진>
주진우 의원은 내란죄 고발 예고 자료에서 "피고발인들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및 전 국무위원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며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며 "김어준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같은 '일괄 탄핵'을 거론하는 발언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에게 사실상 내란 범행을 선전·선동했다. 김어준은 내란음모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방소을 통해 내란 범행 실행을 결의하게 하거나 결의를 촉발한 점이 명백해 내란선전·선동죄도 함께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과 강유정 외 69인은 긴급기자회견 등을 결의 및 발표하며 '임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바로 탄핵하겠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반복했다"며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위원, 국무회의)의 정상적 권능 행사를 장기간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모의·결의한 만큼 내란음모(예비적 내란선전·선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향후에도 정부 및 헌법기관을 강제로 무력화하려는 불법적인 정치행위에 대해 국민의힘은 단호하고 엄정한 법적 조치를 계속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고발장 접수 후 취재진을 만나서도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으면 국무위원 전원을 연쇄 탄핵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국정중단 협박이자 국민에 대한 협박이고, 국익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특히 한 대행과 국무위원 줄탄핵을 예고한 것에 "이것은 입법권력이 행정권력을 침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헌을 문란케 해 내란죄가 성립된다"면서, 김어준씨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협박하듯 지령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마 후보자 임명 여부는 대통령(권한대행) 재량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오른쪽 두번째)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초선의원 전원, 방송인 김어준 씨 등 72명을 내란음모 혐의로 고발한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무고죄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혁신당은 "국민의힘 법률위원장 주진우를 형법 제156조에 따른 무고죄로 고발한다"며 같은 시점 고발장 접수로 맞불을 놨다. 차규근 정책위의장은 여당의 고발 사유에 "가당치도 않은 헛소리"라고 했다. 내란죄 구성 요건 중 '국헌문란'에 관해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형법 91조 1항을 내세워 정부 책임을 지적했다. 다만 91조 2항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거론하지 않았다.
차규근 의장은 "헌재는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건 위헌(국회의 헌법기관 구성 권한 침해)이라고 결정했다. 이런 헌재 결정에 따르지 않는 한 대행에게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의 권능을 행사(재차 탄핵소추)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게 어떻게 내란죄에 해당하느냐"며 "오히려 한 대행이 소멸시킨 헌법의 기능을 정상화하자는 게 아닌가. 위헌·위법한 상황을 바로잡는 게 어떻게 내란죄의 구성요건이 될 수 있느냐"면서 "내란음모 혐의 고발이 형법이 원하는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혁신당은 주진우 의원 등 고발인을 무고죄로 고발해 못된 버릇을 완전히 고쳐줄 생각이다. 무고죄의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고발을 남발한 주 의원 등 국민의힘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현택 부대변인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 한 대행과 최상목 전 대행 등을 헌정질서 파괴 공범으로 지칭하며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탄핵 주장은 무너진 헌법과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데 협조하라는 경고"라고 여당에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