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빈손'
'탄핵 책임론'으로 신경전만
'탄핵 책임론'으로 신경전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추경 처리와 4월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우원식 국회의장 공고에 따라 오는 4일부터 4월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추경 합의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에는 공감했지만 실질 지원 규모 등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여야 간 쟁점이 없는 산불 피해, AI 대응 등 긴급 예산만 포함했다"며 "이를 신속히 처리하고 여야가 각자 요구하는 항목은 별도 논의해야 국민이 안심한다"고 빠른 처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정부의 10조원 규모 추경에 대해 "알맹이 하나 없는 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부의 추경 추진이) 다행이긴 하지만 (규모가) 너무 적고 내용도 부실하다"며 "사안이 시급하니 국회 심사를 생략하자는 말도 하는데 급하면 미리미리 하면 되지, 이 와중에 국회 심의를 피해 마음대로 국가 재정권을 행사해 볼까 하는 꼼수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35조원 규모 추경안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의미다.
탄핵 정국 속에서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대해서도 신경전이 펼쳐졌다. 박 원내대표는 "제일 큰 위기는 윤석열의 내란 사태에 있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회 추천 3인의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했으면 지금의 헌정붕괴, 경제 위기 상황에 이르렀을까"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온전한 구성을 방해하고 내란을 지속시키며 헌정붕괴, 경제위기를 키운 무거운 책임을 지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즉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가 헌법재판관들에 대해 을사오적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며 "이미 헌법재판소는 8명의 재판관들이 심리를 마쳤다. 충분히 탄핵 심판을 선고할 수 있는데 마 후보자를 임명해서 뭐 어쩌자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추경 논의보다 헌법재판소를 향해 신속한 탄핵심판 선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사실상 재탄핵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며 공세를 펼쳤다. 또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도 본회의 보고와 처리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언급한 '쌍탄핵·줄탄핵'을 경계하며 이를 주장한 민주당 초선의원 전원을 비롯한 이 대표 등을 내란음모·선동죄로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계속해서 만나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 30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한다"며 "국정협의회를 통해 여야가 가이드라인을 주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추경 3대 분야로 재난·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을 제시했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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