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여파를 미국조차 피해가지 못했다. 관세를 부과하는 상대국가뿐 아니라 미국 내수의 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그동안 무섭게 오르던 뉴욕증시도 꺾였다. 투자자들은 주식 대신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주식은 5% 이상 빠진 반면, 미국 채권 투자 수익률은 2%를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성장 둔화 위험이 고조되면서 수익률이 갈렸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채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여파로 올해 들어 주식과 채권이 모두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투자 수익률만 보면 주식보다 채권이 우세했다.
1분기 미국 채권 수익률은 2.5%를 기록했고, 주식시장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1%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 넘게 빠졌고, 다우지수도 2.26% 하락했다. 분기별 수익률 집계에서 주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채권은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최근 한 달여간 미국 주식시장에서만 5조달러 이상 증발했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과 전문가들 모두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안을 이유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아제이 라자디야크샤 전략가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수분기 만에 처음으로 포트폴리오 전망에서 글로벌 주식보다 채권을 우위에 뒀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잭 맥킨타이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주식 시장이 하락 조정을 받으면 금융 환경이 불안정해져 채권값이 오르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주식시장이 약세일 때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제조업과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자동차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고용지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장에서는 임금 증가세가 둔화하고 실업률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고용지표가 나올 경우 채권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MO 글로벌 자산관리의 얼 데이비스 채권팀장은 "채권이 현재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실질 수익률을 내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채권은 또 주식시장의 급격한 매도세가 나올 때 하방 보호 기능도 제공한다"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