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163개 자산구성 오류 발생
괴리 미발생 상품 매수 땐 손해
투자자·LP간 정보 비대칭 비판
괴리 미발생 상품 매수 땐 손해
투자자·LP간 정보 비대칭 비판
증권사는 이를 인지하고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자신들의 손실만 줄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 비대칭 속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투자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자산구성 오류가 발생하며 iNAV가 잘못 산출된 163개 ETF에서 대부분의 운용사가 오류사실을 공시하기 전 LP에 해당 사실을 먼저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의 괴리율이 1% 이상 벌어지자 해당 사실을 공시했다. 공시에는 '유동성 공급자는 수정 후 내역을 반영해 호가를 적정 가격에 공급하고 있으니 투자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괴리율은 해당 ETF의 실시간 가치인 iNAV와 시장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 간의 차이다. 괴리율이 마이너스(-)면 시장가격이 실제가치보다 낮아 투자 기회로 인식된다.
이번 iNAV 대규모 오류 사태 당시에도 괴리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펀드 사무관리사가 배당금을 중복 계산하며 발생했다. LP는 오류가 발생하기 전 실제 가치에 맞춰 매수·매도 호가를 냈지만, iNAV 오류는 해결되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괴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품이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처럼 표시된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믿고 매수에 나설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괴리율이 1% 이상 벌어질 경우 공시를 의무화한 것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알리기 전 LP에게만 미리 사실을 알리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유명무실해졌다. 일각에서는 일반 투자자와 LP가 서로 다른 지표를 보고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운용사들이 오류 사실을 공시하기 이전부터 이미 괴리가 발생했던 것 자체가 투자자와 LP간 정보 비대칭이라는 것이다. 당시 투자자는 운용사들이 오류 해결 사실을 공시한 오후 2시까지 최소 3~4시간 잘못된 iNAV를 보고 투자해야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오류가 발생했던 한 운용사 관계자는 "LP도 일반 투자자와 동일한 iNAV를 보고 호가를 댄다"면서도 "다만 이번에는 산출 오류를 인지한 사무수탁사가 운용사, LP 순으로 통지하며 LP가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정확하게 인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증권사인 LP가 오류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도 HTS나 MTS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본인들의 손실 줄이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LP 입장에서는 오류 사실을 알아도 투자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고, 같은 증권사라 하더라도 HTS 담당과 부서가 달라 즉시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항상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던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이럴 때는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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