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의약품 관세도 현실화되나…K-제약바이오 `특효약` 고심

입력: 2025-03-31 13:45 강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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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며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도 재확인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오는 2일 '상호 관세'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고위 참모들에게 더 공세적인 관세 정책 입안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예고했다. 트럼프는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 대해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코로나19 때처럼 의약품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제약회사가 미국에 그들의 제품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특정 관세율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수출하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글로벌 제약산업을 비롯해, 국내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의약품 수입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제조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존슨앤드존슨(J&J)은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550억 달러(한화 80조6100억원 상당)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J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에 4만6452㎡(약 1만4052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새로운 생산 시설 3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호아킨 두아토 J&J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의료 과제에 도전해 온 미국 혁신 엔진으로서 140년 가까이 쌓아온 회사의 유산을 가속화한다"며 "미국 투자 확대는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과 전 세계 환자를 치료하는 최첨단 의약품을 생산할 노스캐롤라이나 첨단 시설의 착공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2월 미국 내 4개의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며 270억 달러(39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2020~2024년 미국 내 제조 입지를 늘리기 위해 230억 달러를 투입해, 이번 투자금을 더하면 2020년부터 총 500억 달러 이상 투입된다.

화이자도 의약품 관세 부과가 발효되면 해외 의약품 생산을 미국 내 현지 생산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앨버트 보울라 화이자 최고경영책임자는 3월초 열린 TD 코웬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필요하다면 해외 제조시설을 미국 내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2026년까지 미국 내 의약품 제조·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20억 달러(약 2조93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제약사는 물론 의약품을 수출하는 국내 제약사들도 관세 부과를 대비해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추가적인 공급망 확보를 통한 안정화를 위해 기존 캐나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외에 미국 내 생산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관세 변화 대응을 위해 미국 내에 약 6개월분의 물량을 사전에 확보했다. 셀트리온도 미국에 현지 생산 공장을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 측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분석해 왔다"면서 "어떠한 형태로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구축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계획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2025년 3분기까지 추가 수입 없이도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조기 소진이 예상되는 제품은 미국 현지 제조소를 통해 이미 반입된 원료의약품(DS)을 기반으로 완제의약품(DP) 생산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의 對한국 의약품 수출입 현황. 한국바이오협회 제공

제약바이오 업계는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공장을 세운 후엔 정권이 바뀌면서 관세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공장 이전 등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미국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데는 최대 20억달러(3조원)의 비용이 들고, 규제 요구사항 이행 등 실제 운영되기까지 5년에서 10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관세 부과는 결과적으로 의약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될 것으로 전망돼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미국 관리들과의 대화에서 관세 부과 시 의약품 비용을 증가시키고 환자에 대한 접근 장벽을 만들어 의약품 가격 책정 및 미국인의 기대수명 연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관련 행정명령에 명시된 우선순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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