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관세 정책 우려와 국내 정치 불안으로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특화된 의약품을 만드는 곳들은 환율이 오를수록 원가율이 높아지는 만큼, 비용 절감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상승해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72.9원을 기록했다.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술 수출 효과에 따른 기대감도 있지만 수입 원료의약품(API) 비용과 해외 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높이고 있다. 특히 고품질 의약품을 제조해 공급하는 업체일수록 타격이 크다. 유한양행의 알마게이트(제산제)는 스페인 제약사 알미랄에서 들여오고 있고, 고혈압치료제 아티칸 정은 독일 세플라팜, 항생제(메로페넴건조탄산나트륨)는 이탈리아 에이씨에 돕파라는 제약사에서 수입하고 있다.
종근당은 콜린알포세레이트(글리아타린 원료)를 이탈리아 제약사 CHEMI S.P.A으로 부터 수입하고 있고, 딜라트렌의 원료인 카베딜롤을 독일 세플리팜에서 들여오고 있다.
JW중외제약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와 협심증 치료제의 원료를 일본의 쥬가이제약에서 매입하고 있고, 변비약 락툴로스는 미국 애보트에서 수입한다. 대웅제약의 경우 소화제와 혈압강하제 원재료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고, 진해거담제와 항생제는 이탈리아에서, 궤양성 대장염치료제의 원료는 스위스에서 공급받고 있다. 또 소염진통제는 스페인 알미랄에서 수입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해외에서 수입하는 의약품 매입액은 총 442억원, 유한양행은 449억원, 종근당은 841억원, JW중외제약 153억원, 한미약품은 709억원 수준이다.
유한양행, 종근당, JW중외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 중 일부 약품은 매입액 비율이 20~38%로 꽤 높은 의약품도 있다.
유유제약의 매출 1위 품목인 타나민정은 독일 슈바베 그룹이 만든 은행엽 건조엑스 오리지널을 유효성분으로 만든 제품으로 수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유유제약이 독일로부터 은행엽 엑스를 45억5100만원을 매입해 의약품을 제조했다. 매입 비율은 전체의약품의 11.60%를 차지했다.
제약사들의 원가율은 약 48%~72%를 차지하기 때문에 매입원가 관리가 중요한데,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어 원가 이외에 다른 비용을 감축할 수 밖에 없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주력 제품의 원료의 경우 수입처를 바꿀 수 없어, 다른 복제약 제품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판관비 등의 비용을 감축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이 오를 경우 해외 구매처 업체와 단가를 협의하는 것 외에 방안이 없다"면서 "해외에서 연구개발하는 계약의 경우 중간에 환율 변동 있을 경우 적정 금액을 지급받는 계약을 계약서상에 명시할 수 있는데, 원료의약품의 경우 사올 수밖에 없어 대응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증권사에서 낸 설문조사에서 올 초부터 고환율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특히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지난해 50건에서 올해 67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주로 해외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R&D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과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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