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전 세계 공통의 무기 거래 관행인 '절충교역'을 무역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미국이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언급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사실상 시정을 요구했다.
절충교역은 외국의 무기·장비 등을 구매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관련 지식·기술을 이전받거나 상대방에게 자국산 무기·장비·부품 등을 수출하는 식으로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교역을 의미한다. 한국은 미화 기준 1000만달러(약 147억원) 이상의 사업에 해당 교역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절충교역을 통해 'K-방산'의 기술적 토대를 쌓아왔다. 한국은 1982년 절충교역 제도를 도입한 이후 T-50 고등훈련기 공동 개발, 재래식 잠수함 자체 개발 능력 등을 확보했다. 현재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F-35A·F-15K 성능개량, 공중급유기 2차 사업 등이 절충교역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USTR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 방산업체가 한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절충교역으로 인해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NTE 보고서에 한국의 절충교역 관련 언급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미국 무기 도입 과정에서 이행하고 있는 절충교역 사업 규모는 57억7900만달러(약 8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행 지침 기준 외국 무기를 구매할 때 계약 금액 대비 수의계약은 30%, 경쟁계약은 50%를 절충교역으로 적용하게 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율이 높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100%에 육박하는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도 미국산 우선 획득 제도(BAA)를 통해 미국산 원자재가 65% 이상 사용돼야 가격 할증 적용이 제외되도록 하며 절충교역과 유사한 효과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