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기술이전·원전 소유제한 첫 언급
업계서는 '비관세장벽' 근거 불명확
망사용료 문제는 "차별 없으면 될 것"
관세협상 파상공세 지렛대 삼을 듯
업계서는 '비관세장벽' 근거 불명확
망사용료 문제는 "차별 없으면 될 것"
관세협상 파상공세 지렛대 삼을 듯
미국 정부는 이미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예외 없는 25% 관세를 지난달 12일부터 부과하기 시작했고, 오는 3일에는 수입 자동차에도 25% 관세를 예고했다.
여기에 소고기에 망사용료 문제까지 농업과 IT(정보기술), 콘텐츠 등 사실상 전 산업군에 걸처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7페이지에 걸쳐 한국에 대한 비관세무역 사례를 언급하며 사실상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매년 이맘때쯤 발간되는 USTR의 NET 보고서에는 미국 기업이 외국에서 당하는 비관세무역장벽 사례가 담기며, 미국 정부는 이를 무역협상의 근거로 활용한다. 보고서는 매년 나오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 각국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한 상호관세를 예고한 만큼 의미가 크다.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처음 지목한 것은 '국방 절충교역'이다.
USTR은 "한국 정부는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가치가 1000만달러(약 147억원)를 초과할 경우 외국 계약자에게 절충교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절충교역이란 외국에서 1000만달러 이상의 무기나 군수품, 용역 등을 살 때 반대급부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부품 제작·수출, 군수지원 등을 받아내는 교역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절충교역으로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게 특혜라는 식의 해석을 하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뭐가 정확하게 문제인지는 세부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알 것"이라며 "향후 방산 수출 위축 가능성이나 수출 계약건 등에 대한 타격은 아직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추진 중인 망 이용계약 체결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안에 들어간 '망 사용료' 문제도 무역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외국 콘텐츠 제공자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 제공자이기도 한만큼 미국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보고서의 핵심이 망 사용료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역차별 소지'에 있는 만큼, 모든 국내·외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망 사용료에 대한 별도 규제나 의무 조항이 없고, 입법 절차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외국 기업에 불리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단정짓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전력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를 언급하면서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가 금지됐다는 점도 처음 언급했다. 작년 보고서는 수력, 화력, 태양열 등에 대한 소유 제한 문제만 언급했는데, 올해는 원전까지 명시한 것이다.
아울러 산업기술보호법과 관련,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도체, 자동차, 로봇공학, 항공 부문 등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해외로 반출될 가능성을 이유로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는 지적도 올해 처음 내놨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투자 관련 무역장벽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출자 금지, 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육류 도매업 등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을 거론했다.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률과 시행령에서 규정 집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점과 한국의 혁신제약사(IPC) 인증 정책에 대한 투명성 우려도 지목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근대사의 미국 대통령 중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국 수출업자들이 직면한 광범위하고 해로운 외국 무역장벽을 인식한 대통령은 없다"며 "그의 지도하에 이 행정부는 불공정하고 상호주의에 반하는 이런 관행을 해결하고, 공정성 회복을 도우며, 세계 시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우선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인·양호연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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