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4일로 정해지면서 여론의 관심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한만큼 헌재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진영을 막론하고 불복 여론이 높게 나왔다.
1일 공표된 리서치뷰 자체 월례여론조사 결과(지난달 29~31일·전국 성인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 RDD 100%·전화ARS·응답률 2.8%·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수용하겠나'라는 질문에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1%, '수용하겠다'는 의견이 42%로 각각 집계됐다. 불복 여론이 과반을 넘어 승복을 오차범위 밖으로 제친 것이다.
지지정당별로 봐도 헌재 결정 불복 압력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42명·이하 가중값 적용)은 '수용하지 않겠다' 47%에 '수용하겠다' 46%, 조국혁신당(64명)도 47% 대 44%로 팽팽했지만 불복하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국민의힘(342명)의 경우 불복 57% 대 승복 37%로 20%포인트 격차가 났다. 무당층(지지정당 없음/모름 66명)도 불복 51%, 승복 40%로 불복이 높았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보수층(308명)은 불복 53%, 승복 40%로 불복이 더 많았고, 진보층(242명)도 불복 49% 대 승복 43%로 불복 여론이 높았다.
중도층(376명)도 48% 대 47%로 헌재 결정 불수용이 박빙 우세다. 이념 모름/기타(73명)은 불복 64%에 승복 20%로 3대 1 이상 차이를 보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이후 혼란과 갈등을 줄여야 할 정치권조차 불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헌재가 선고 기일을 공지한 직후 민주당은 "헌재가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을 통해 민주공화국 국체와 국헌을 수호하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무겁게 받들라"고 탄핵 인용을 요구했다.
나아가 이재명 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천막당사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복귀를 "제2의 계엄"으로 전제하며 "국민들이 저항할 때 생길 엄청난 혼란과 유혈사태"를 언급했다. 4선 박홍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을 끝내 파면하지 못하거나 기각 결론을 내린다면 수용할 수 없는 건 너무나 자명하다"며 "국민들과 함께 대대적이고 필사적인 저항에 나서야 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헌법 정신에 따른 결정을 기대한다"며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은 없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 판결에 승복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반면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이 "각하·기각 결정"을 헌재에 요구하고, 윤상현 의원도 탄핵 인용 가능성에 "그런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현재의 불복 여론에 대해 "심각하다"며 "정치 양극화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정치의 사법화'로 사법기관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이걸 불복한다는 건 모순"이라며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달라, 그러지 않으면 처단하고 불복하겠다는 건 법치주의가 아니라 법을 가장한 지배이자 이기주의이고, 민주공화국 정치체제에 맞지 않는 굉장히 패권주의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1일 공표된 리서치뷰 자체 3월말 정기여론조사 설문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수용 의향' 결과 그래프.<리서치뷰 블로그 자료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