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배 LX한국국토정보공사 기획혁신본부장
![[기고] 韓경제 생존전략, `業의 재정의`로 찾아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202102369036001[1].jpg "[기고] 韓경제 생존전략, `業의 재정의`로 찾아라")
굵직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올해 주요국이 경제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내렸다. 미국의 관세 전쟁, 글로벌 고금리 지속, 중국의 침체 등 리스크가 겹친 까닭이다.
이런 글로벌 악재들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한 것은 한국전쟁 직후와 2차 석유 파동,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다섯 차례였다. 그만큼 올해 상황도 다급하다는 뜻이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이어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3주체의 고부채까지 더해져 한국 경제는 이른바 '신 3고 시대'에 접어들었다. 빚에 의존해 연명하는 기업들이 상환을 독촉하는 금융기관의 압박에 파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과거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낙관적 전망을 해온 적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지금, 과거의 성공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만 의존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업(業)의 재정의'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세계 1위 농기계 회사인 존디어(John Deere)는 식량 위기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업을 재정의했다. 존디어가 개발한 자율주행 트랙터는 고령화된 농업 시장에 생산성 향상과 비용 감소에 일조했으며, 존디어는 농기계 회사에서 디지털 농업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 화장품 기업이었던 로레알도 인류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통해 인류 행복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업을 재정의했다. 그 결과 메이크업 로봇 등을 제작하며 '뷰티 테크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기존 사업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창사 이래 최초의 경영 위기에 처한 LX한국국토정보공사도 핵심 역량을 재정의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비상경영체제 가동, 'New 비전' 수립, 신뢰와 소통 기반의 협력적 노사 관계 구축 등은 핵심사업을 재정의하여 내부 혁신 의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런 노력을 토대로 비용 절감·조직 효율화 등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지적측량과 공간정보를 융·복합해 단순히 국토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벗어나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 자율주행 등 신산업을 선도하는 '국토정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LX가 보유한 방대한 국토정보 데이터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해 과학적 의사결정에 기반한 맞춤형 국토정보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업의 재정의'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적 전략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변화와 혁신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위기는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의 시작일 수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은 '업의 재정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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