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3일(현지시간)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가 유럽과 인도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판매 톱 3를 유지하기 위해 유럽과 인도 시장에서의 판매량을 끌어올려 미국 감소분을 최대한 상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만큼의 자동차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지역 중 현대차·기아가 판매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곳은 유럽과 인도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총 판매량(723만1248대)의 약 23.6%인 170만8293대를 미국에서 판매했다. 현지 생산을 120만대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지만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에 당장 올해 판매량 감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일 기준으로 작년 세계 5대 자동차 시장(중국·미국·유럽·인도·일본) 중 미국, 일본에서 전년 대비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다. 다만 현대차가 진출해 있는 일본의 경우 24.1% 늘어났으나 판매량이 607대에 불과해 미미한 성과에 그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대차·기아 모두 고배를 마셨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48.3% 감소한 12만5000대를, 기아는 3.0% 감소한 7만8000대를 팔았다.
중국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현지 업체들의 성장으로 수입차 업체들이 일제히 부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미 있는 판매량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판매 효자 노릇을 했던 미국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업계에선 현대차·기아가 유럽과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분석한다. 작년 두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어들었으나, 올해 신차 대거 투입을 앞두고 있기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작년 유럽연합(EU)에서 83만430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다만 올해는 기아가 EV4, EV5 등 신형 전기차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출시를 앞두고 있기에 판매량 증가가 기대된다. 현대차도 작년 11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의 유럽 판매를 늘릴 방침이다. 유럽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며,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전기차 성장세가 예측되는 곳이기에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기아의 시장 공략이 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도에선 현대차가 작년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함에 따라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현대차 인도법인 현대모터인디아(HMIL)에서 지난달 타운홀 미팅을 열고 "HMIL은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업체이며, 동시에 인도는 현대차의 글로벌 사업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HMIL의 IPO는 현대차가 인도에서 신제품과 추가 생산 능력에 투자하고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 전략 스포츠실용차(SUV)인 크레타의 전기차 모델인 '크레타 EV' 출시와 더불어 현지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작년 인도에서 전년 대비 3.9% 감소한 24만5000대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4m 이하 콤팩트 SUV '시로스'를 필두로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다만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힌 건 도요타 등 일본 업체나 중국 업체도 비슷한 처지이기에 유럽과 인도 등 다른 시장에서의 경쟁 과열이 예상된다. 도요타는 유럽에서 작년 기준 현대차·기아보다 0.3%포인트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BYD 등 중국 업체도 유럽 현지 생산공장을 지으며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임주희기자 ju2@dt.co.kr
현대차 인도 SUV 라인업. 현대차 제공
기아 PBV 첫 모델인 PV5가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에 전시돼 있다. 기아 제공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임직원들이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위치한 인도 공장에서 시로스 양산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