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당연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청사를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기가 2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발언으로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과 함께 향후 MBK, 삼부토건 등 주요 검사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 원장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금융위원장께 전화해 제 입장(사의)을 말씀드렸다"며 "한국은행 총재께서 일단 미국 상호관세 등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제계와 여당이 '금감원장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지만, 이후에도 상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직접 설명하며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날 결국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원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삼부토건과 홈플러스 MBK 사태 등 금감원이 주요 사건을 검사 중인 상황에서 금감원장의 신뢰성이 낮아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일단 사의는 표명했지만, 거취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직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라가 처한 상황과 주변 만류 등 때문에 조금 더 고민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 이슈가 한 번에 끝날 이슈가 아니고, 홈플러스 현안도 현재는 수사기관을 동원하기보다는 행정적 단계에서 최대한 조정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존중한다면서도, 거부권 행사에 여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는 보수 정부고, 시장에서 공정 경쟁은 보수의 핵심적 가치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똑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곧바로 통과시키기 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무위를 거쳐 법사위에 모두 모이는 4~5월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금감원이 조사 중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4월 중 마무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부분도 나온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차에 따라 볼 수 있는 것들은 다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공직자 직무는 떠나고 난 뒤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에 '해야 할 것을 안 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성역 없이 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원장을 향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연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짐 싸서 청사를 떠나는 게 공인의 올바른 태도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직을 걸겠다고 입장을 표명했으면, 그것도 일반 공무원이 아닌 고위 공무원이 그 정도 발언을 걸었으면 사의를 표명하고 반려할 걸 기대해서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 것에 대해서도 "그것마저도 오만한 태도"라며 "어떻게 금감원장이 감히 대통령 운운하면서 대통령과 자기 생각이 같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제 공직 경험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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