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식품 등 전 산업 타격
영국계 IB, 한국 성장률 0.9% 제시
협상 맡을 컨트롤타워 없어 최악
자동차 관세탈출 방법없어 암울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고했던 '관세폭탄'을 2일(현지시간) 투하했다. 미국의 수입 자동차 25% 관세 직격탄을 맞은 한국은 이제 반도체, 석유화학, 식품, 의약품 할 것 없이 전 산업 영역에서 수출 감소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영국계 IB인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정국 불안 등을 이유로 0.9%로 제시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보다 0.6%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수출을 빼면 0%대를 기록할 만큼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 가운데 미국의 비중 역시 상당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111억3000만달러로 역대 3월 대미 수출액 중 두 번째로 많았다.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대미 흑자액도 늘었다. 대미 무역수지는 5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한국은 물론 미국을 제외한 주요 수출국에 쏟아지면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공동전선을 펼 경우 우리나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전대미문의 관세폭탄을 맞았지만,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할 한국 정부는 지금 콘트롤타워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정치권은 당장 시급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와 시기를 두고도 다툼을 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는 관세폭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멕시코·한국 수입차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현대차·기아의 EBIT(영업이익)가 34％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면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일품목 수출 1위이자 무관세 제품인 반도체는 처음 겪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작년 기준 7.5％로 높지 않지만, 상호관세 내용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는 조립·가공 등의 이유로 대만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가 많아 관세 부과 기준과 범위에 따라 직간접적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나마 가전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LG전자의 경우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데,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하면 주요 가전 생산지를 미국 현지로 옮겨 즉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환율과 중국의 밀어내기 등 관세 후폭풍도 국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다. 항공업의 경우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로,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순 외화부채 33억달러 기준)이 발생한다.
부품·소재 협력업체들도 마찬가지다. 2~3차 협력업체들은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원가 압박이 커진다. 2022년 고환율 당시 현대차·기아는 대규모 환차익을 냈지만, 일부 국내 부품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에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 경우, 국내 업체와 경쟁 중인 다른 지역으로 저가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국내는 물론 제3국으로 확산되면 그렇잖아도 어려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기업들의 이 같은 위기 인식은 이미 미국의 상호관세가 나오기 전부터 현실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기업 210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0.3%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 관련 기업들의 비중이 높았고,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도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발 관세 영향권에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할 방법이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영향권에 있는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대응 계획이 없다'(24.2%)고 답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 같은 중소기업의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우리 제조기업들은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공세 등의 간접 영향까지 더해져 경영상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네트워크와 외교 채널을 통해 관세 영향 최소화에 힘쓰고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관세와 같은 대외리스크를 이겨낼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 `韓 수출 직격탄` 0% 경제성장률 전망도](//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302100332781001[1].jpg "[기획] `韓 수출 직격탄` 0% 경제성장률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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