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향후 5년 내 만료됨에 따라 시장 선점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해진다. 한국도 이런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분석 및 시사점'을 통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매출액 상위 20개 의약품 중 다수가 향후 3~5년내 순차적으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 매출액이 가장 높은(295억달러) 머크의 '키트루다'는 2028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스위스 산도스, 미국 암젠 등 국내외 기업들이 이미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3상에 착수한 상황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개발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의약품(항체)인 키트루다, 다잘렉스, 옵디보 및 오크레부스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약 582억달러(약 79조원) 규모다. 해당 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개발·생산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화이자와 머크 등 제약사들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또는 합성에 집중, 이후 단계를 CDMO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AI가 신약 개발 주기 단축뿐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 발견 등에 성과를 내면서 엔비디아와 구글 등 IT기업의 바이오산업 투자도 늘고 있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가 거둔 성공을 벤치마킹한 TBMC를 설립, 정부 차원의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TBMC는 2023년 5월 미국 내셔널 리질리언스와 함께 합작투자회사(정부 지분 약 57%)로 설립됐다.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SMC는 공기업 형태로 설립됐으며, 대만 정부가 주도해 대규모 연구개발 단지도 제공한 바 있다.
한경협은 국내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높은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의 최근 3년(2021~2023년) 연평균 증가율은 글로벌 CDMO 시장 1위인 스위스 론자(12.4%)의 3.5배를 넘는 43.7%다. 론자는 2006년부터 CDMO 사업을 본격화한 데 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 늦은 2011년에 시작했음에도 기업 규모와 성숙도 차이를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성장세라는 평가다. 지난해 CDMO 시장에선 매출액 기준 9.9% 점유율을 기록, 론자(25.6%), 우시바이오로직스(12.1%), 카탈란트(10.1%)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경협은 CDMO 사업 지원을 위한 정책 과제로 통합고용세액공제 일몰 연장, 특별법 등 계류법안 통과 등을 꼽았다. CDMO 시장은 임상 1상 단계부터 매출 실현까지 평균 5년 이상 걸리는 특성상 이를 위한 인력도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통합고용세액공제의 일몰기한을 최소 10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원료의약품 또는 원료물질 수입 시 통관절차를 간소화해 원료 조달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식약처 허가 시설의 제조위탁 활용을 통해 시설 투자비용을 절감하도록 지원하는 법안 역시 국내 기업들의 사업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은 한국경제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라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함께 미국 생물보안법 등 국제환경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강민성기자 kms@dt.co.kr
최근 3년(2021~2023년) CDMO 기업들의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