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자동차가 제외되자 '중복 관세'를 우려하던 업계는 우선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 25%에 다음달부터는 자동차부품에 대해서도 관세가 예고된 만큼 일정 부분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인기 차종이자 수익성이 높은 SUV 모델 다수가 미 현지서 생산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유리한 점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부과 근거인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예로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꼽은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와 투싼, 싼타페를 생산한다. 기아는 조지아 공장에서 현지전략 모델인 텔루라이드를 비롯해 쏘렌토, 스포티지를 생산한다.
현대차의 경우 투싼, 싼타페가 자사 모델 중 미국 판매 각각 1·2위로 인기 모델이다. 올 1분기 두 모델에 싼타크루즈를 더한 미 판매량은 9만3000여대로 전체 판매량의 46%가량 차지했다.
기아도 스포티지(1위), 텔루라이드(3위), 쏘렌토(4위)가 1분기 자사 미 판매 모델 중 상위권에 올라있다. 이들 3종의 1분기 판매량은 9만6000여대로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현지화 비중이 절반가량 되는 데다 수익성 높은 SUV 모델이라는 점은 경쟁사 대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 18개 인기 차종에 포함되는 포드 F-시리즈, 테슬라 모델Y 기준 현지 생산 비중은 100%를 넘는다"면서도 "GM의 작년 판매 상위 모델 4종의 현지 생산 비중은 41.8%로 이 중 실버라도·이쿼녹스 두 개 모델에 대한 관세 영향은 31억4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로 현대차 연간 관세 영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도요타의 작년 판매 상위모델 4종의 현지 생산 비중은 47.5%로, 라브4는 16%에 불가하다"며 "단일 차종으로 가장 높은 22억4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 수준의 관세 비용 부담 영향이 존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수출 감소와 함께 미국 내 수요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일정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적용 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은 작년 대비 63억5778만달러(9조2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현대차·기아 101만대, 한국GM 41만대다.
다만 현대차가 미 조지아주 신공장(HMGMA)가 계획대로 30만대를 생산할 경우 미 현지 생산량이 100만대로 불어난다. KB증권은 KB증권은 HMGMA가 30만대를 생산할 경우 영업이익 감소폭은 현대차 1조원, 기아 9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경쟁사간 시장 점유율은 미 현지 마케팅 전략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는 지난달 관세 부과에 일부 차조의 미국 판매 가격을 10%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국서 저가형 모델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인 도요타의 경우 가격 유지로 방향을 잡았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해 관세 부담을 우선 떠안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부터는 일부 자동차 부품 일부에 대해서도 관세가 적용돼 원가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글로벌 완성차들이 관세 전 밀어내기 물량은 미 현지 판매가 급증한 만큼, 이달부터는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달부터는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 확 줄어들 수 있다. 1분기 밀어내기 물량으로 2~3개월은 버티겠지만 그 이후에는 관세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을 것"이라며 "이 기간 컨트롤타워 구축 등으로 협상을 진행해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보상을 해준다던지, 패키지 딜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