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매년 100조 이상 급증
전체 민간 신용의 49.7% 차지
성장 제한·금융업 경쟁력 악화
전체 민간 신용의 49.7% 차지
성장 제한·금융업 경쟁력 악화
우리나라 개인·기업의 빚 절반이 부동산 관련 대출로 쏠려 있어 국내 경제성장을 제한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 신용 증가세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은 연간 100조원 이상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 가까운 수준까지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부동산 신용집중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신용규모는 작년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 정도(49.7%)를 차지했다.
부동산 신용은 2014년 이후 연평균 100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2013년말 대비 2.3배 확대됐다. 2015~2016년, 2020~2021년 중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고 2022년 이후 다소 둔화됐으나 여타 부문 대비 상당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계는 주택이 다른 자산보다 높은 장기 수익률을 보이자 레버리지(차입)를 동반한 주택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6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2.9%)을 크게 웃돈다. 은행의 부동산 신용 증가세가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비은행도 2018년 이후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늘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연구팀장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신용의 증가세를 적정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한편,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 취급유인이 억제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보완하고 생산적 기업대출 취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금융을 포괄해 신용공급 전반의 체계를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부문에 신용공급이 집중될 경우 △생산적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제한(자원의 비효율적 배분)돼 성장 기여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으며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으로의 신용쏠림은 자본 생산성 저하, 소비 위축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민간신용과 경제성장간 관계를 실증분석한 결과 부동산 중심의 민간신용 확대가 지속될수록 민간신용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동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자본생산성이 낮아 신용이 집중될수록 생산성이 높은 여타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둔화돼 전체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저하시켰다.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급격한 디레버리징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와 실물경기의 위축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신용의 지속적인 확대에 안주해 영업 다변화, 금융혁신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김형원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적인 부분으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규제·인센티브를 재설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 관리 실태평가시 부동산 편중 리스크 부분 평가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