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호관세는 오는 5일 시행되는 기본관세와 개별 국가에 부과되는 상호관세(9일 시행)로 구성됐다. 한국과 함께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에는 해당 국가가 미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의 절반 수준으로 관세를 부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 왔다"며 "(이번 조치가) 미국을 다시 부유한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이다.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EU와 캐나다, 멕시코 등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강력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날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향후 각국의 대응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대내 정치 불안정이 극심한 상황에서 촉발된 글로벌 관세 전쟁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 속 국내 기업의 '탈한국'이나 자금 이탈 등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 증가한 1278억달러다. 무역 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이다.
이날 미국의 구체적인 관세율 공개로 그간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주식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나스닥 선물은 본장에서 올랐던 상승률을 모두 되돌리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뉴욕증시 주요 종목들의 주가가 시간외서 일제히 떨어졌다.
테슬라 주가는 5.04% 떨어지며 정규장 상승분(5.29%)을 모두 반납했고, 엔비디아, 아마존, 애플, 메타 모두 5% 안팎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도 요동쳤다. 트럼프 연설 시작 전 8만5000달러 선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연설 중 8만800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8만4500달러까지 내려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에는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 밝혔지만 상호관세율은 시장이 예상한 것 중 가장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며 "이에 미국 주요지수 야간 선물은 급락하고 있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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