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일이 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숨죽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이 열린다. 탄핵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양당의 입장은 천국과 지옥이다.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 입장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 8대 0 탄핵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조기대선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기대선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한 국민의힘은 탄핵 기각·각하를 기대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조기대선을 치를 경우 정권재창출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사건 제77주년 추념식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12·3 비상계엄을 4·3 남로당 무장대 반란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제주 양민학살, 계엄군의 5·18 광주 유혈진압 등과 빗댔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친위 군사쿠데타 계획엔 5000~1만명 국민을 학살하려던 계획이 들어있다"며 소멸시효가 없는 '국가폭력 범죄' 단죄를 위한 입법도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채널A 유튜브에서 "이 대표가 경선에 나오려면 당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경쟁자들이 세지 않으면 싱겁고, 세면 좀 짭짤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대선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어수선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어제 전국 23개 지역에서 재보선을 치렀다.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확보했던 기초단체장 4곳 중 3곳과 부산시교육감을 잃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와 이로 인한 탄핵심판 와중에 나온 결과여서 윤 대통령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이 상태로는 조기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에 권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헌재의 올바른 판결"이라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판결"을 요구했다. 그는 재보선 당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 기각 염원"을 담은 서한과 책을 보내기도 했다.
친한(親한동훈)계에선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아직도 '배신자 쫓아내고 똘똘뭉쳐,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냐"며 논쟁에 시동을 걸었다.
한기호·윤선영 기자 hkh89@dt.co.kr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긴급현안질문 도중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