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지역혁신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부회장
![[기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경영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402102369036001[1].jpg "[기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경영하라")
누가복음 10장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은 이러한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편견과 문화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길가에 쓰러진 낯선 이를 끝까지 책임진 그의 행동은,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마가복음 12장 31절)는 가르침을 현실에 옮긴 가장 아름다운 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어수선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이웃을 돌보라는 성경의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 바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전통적인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창출하지만, 그 이윤의 상당 부분을 공익적 목적, 예컨대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이나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재투자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말씀을 기업 운영에 녹여낸 혁신적인 접근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이러한 모델은 더욱 빛을 발한다. 한 번의 기부나 자선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재원을 기반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사회적 기업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Warby Parker)는 'Buy a Pair, Give a Pair' 캠페인을 통해 안경을 판매할 때마다 저소득 지역 주민들에게 안경을 기부하며, 시력 개선에 직접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은 소액 대출(Microcredit) 제도를 도입해 빈곤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가난을 줄이는 금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왔다. 미국의 '베터 월드 북스'(Better World Books)는 중고 책을 판매한 수익을 전 세계 도서관에 지원함으로써 독서와 교육의 기회 확대라는 공익적 목표를 추구한다.
국내에서도 뜻깊은 사례들이 늘고 있다. '베어 베터'(BEAR BETTER)'는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취업 취약계층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체 생산품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시 이들의 직업 교육과 복지에 투자한다. '빅이슈 코리아'는 노숙인의 자립을 위해 잡지를 발행하고, 이를 노숙인이 직접 판매하도록 함으로써 자립형 기부 모델을 운영한다. 길 위에서 지내던 이들에게 일과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삶의 안정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아름다운 커피'는 공정무역으로 거래한 커피를 판매해 생산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국내외 다양한 교육·장학 사업에 수익을 재투자하며 착한 소비 문화를 확산해 가고 있다.
물론 이 길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다. 경기 침체가 이어질수록 이윤과 공익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더 까다롭고, 제도적 지원이나 대중 인식 부족으로 충분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은 결국 성경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이웃사랑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라"(히브리서 10장 24절)라는 말씀처럼, 모두가 각자의 이익만 좇느라 정신이 없는 때일수록, 우리에게는 공동체를 향한 '실천적 돌봄'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길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베푼 돌봄은 과연 그 사람만 살린 것이었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주변을 지나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까지 '이웃사랑의 가능성'을 보여준 소중한 기적이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선행과 나눔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지만 바로 그럴수록 한 사람, 한 기업이 건네는 작은 손길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수많은 마음에 "나도 동참 해야겠다"는 불씨를 지필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이러한 '행함 있는 사랑'을 통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며, 그 변화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어 끝없는 협력과 선행의 연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제가 어렵고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우리가 손쉽게 선택해야 할 길은 결코 이웃을 외면하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붙들 때, 그 어둠 한가운데에서도 빛이 번져 나간다. 한 번의 따뜻한 행동이 결국 공동체 전체를 일으켜 세우고, 절망 속에 놓인 누군가의 미래를 환하게 밝힐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이, 그리고 그것을 실제 경영 구조로 실천해내는 사회적 기업이, 우리 시대에 전하는 가장 소중하고도 감동적인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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