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1시22분 8:0 만장일치
"계엄 선포 불가피성 수용 불가
내란죄 철회 절차상 문제 안돼"
尹, 사실상 수용… "그동안 영광"
"계엄 선포 불가피성 수용 불가
내란죄 철회 절차상 문제 안돼"
尹, 사실상 수용… "그동안 영광"
![[尹파면] 윤석열 대통령 파면](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502100158094001[1].jpg "[尹파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를 통해 8대0 만장일치로 파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헌재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선고 주문 요지를 읽어 내려갔다. 문 권한대행은 먼저 적법 요건을 판단한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지, 또 위반했다면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해 설명했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계엄이 단시간 안에 해제되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판하는 것에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계엄으로 인해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탄핵소추 과정에 있었던 내란죄 관련 부분이 탄핵 심판 과정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도 문 권한대행은 "내란죄 관련 부분이 없었다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며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했다.
문 권한 대행은 윤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문제를 △계엄선포 △ 국회에 군·경 투입 △ 포고령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로 나눠서 판단했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의 불가피성 주장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계엄 선포 당시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에 군과 경찰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행사로 인한 국정 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윤 전 대통령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에 병력이 동원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경고성, 호소성 계엄' 주장에 대해서도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전 국무회의를 하면서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면서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선관위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하여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고,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도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앞서 언급한 내용을 종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면서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로 인해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라면서도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승복' 등 직접적인 표현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치권은 곧바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관리 아래 탄핵 인용 60일 안에 선거가 진행된다. 한 권한대행은 선거일 50일 전까지 조기 대선일을 공고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 안으로 다음 대선 날짜가 확정된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대선일로 6월 3일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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