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권순욱 칼럼] 이젠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502100658056001[1].jpg "[권순욱 칼럼] 이젠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자")
도덕성과 청렴성, 협치와 국민통합… '기본으로' 돌아가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1987년 헌법 체제에서 두 번째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불과 8년 만이다. 전형적인 정치 후진국의 행태다.
어떤 사람들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증명했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미안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서부터 불과 20년 만에 세 번이나 탄핵이 시도돼 두 명의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결코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많은 국가들 중에 이렇게 쉽게 탄핵이 추진되고, 실제로 탄핵이 되는 나라는 끊임없는 정정 불안에 시달리는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왜 이런 정치 후진국이 행태가 반복되는 것일까?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주의가 약화된 자리를 차지한 극단적 진영주의,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정치,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여과없이 통용되는 탈진실 시대, 정치인의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 풍토, 대화와 타협의 정치보다는 다수결로 밀어부치는 힘의 정치 등 많은 이유가 있다.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는 한 외신에서조차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진영 간 극단적 대립 끝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결코 윤 전 대통령이 좋아서 뽑은 선거는 아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극은 예고됐다. 마땅히 뽑고 싶어서 뽑은 게 아니라, 싫어하는 상대방을 주저앉히기 위해 덜 싫어하는 사람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뽑은 선거였다.
윤 전 대통령은 평생을 명령과 복종에 익숙한 검사로 살아온 정치 초보였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지만 역시 현실 정치는 초보였다. 행정가로서 이 대표는 독선적인 면모를 수시로 보여준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민주적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를 둘러싼 범죄의혹에 시달렸고, 이대표는 본인이 수많은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다. 도덕성 문제에 있어 두 사람 모두 자유롭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부인과 장모의 문제를 덮으려 애썼고,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활용해 사법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
거침없는 화법과 독선적인 행태도 공통점이다. 두 사람의 비호감도는 막상막하였고, 0.73%포인트의 근소한 격차는 비호감도의 격차를 보여준다.
막상막하의 비호감도를 자랑하는 두 사람의 경쟁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됐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혐오의 정치, 극단적 대립과 갈등의 정치. 대화와 타협보다는 다수결로 밀어부치는 힘의 정치가 펼쳐졌다. 1987년에 수립된 제6공화국 헌법 체제 이후 이런 식의 타협없는 정치는 전무후무하다. 절대 다수의 의석을 앞세운 이 대표의 입법폭주, 이에 맞선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폭주는 파국을 예고하고도 남았다. 그 결말이 2024년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 선포였고, 2025년 4월 4일 대통령 파면이다.
올해 3월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도덕성과 청렴성', '협치와 국민통합', '경륜과 전문성', '소통 능력', '신뢰성', '책임감' 등을 꼽았다. 국민들은 정답을 알고 있다. 다만 국민들 앞에 주어진 투표용지에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대통령 후보가 없었을 뿐이다.
정치학자 샹탈 무페는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회는 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정치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을 잘 관리하고 풀어갈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런 대통령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제시한 답은 '도덕성' '소통능력' '대화와 타협' 등이다. 우리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 것들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있다. 지금이 그 때다.
이젠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자.
권순욱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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