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관련 테마인 평화홀딩스가, 코스닥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테마인 형지글로벌이 수익률 1위에 올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함에 따라 윤석열 테마는 사실상 소멸됐다.
정치 테마주는 과거에도 특정 시기에 급격하게 상승한 뒤 대부분 빠른 시일 내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이벤트 결과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왔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탄핵 정국이 소환한 테마주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평화홀딩스 주가는 293.66% 올랐다.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 회사는 1950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 전문업체로 주식시장에서 '김문수 테마주'로 통한다.
김종석 평화홀딩스 회장이 김문수 장관과 같은 경주 김씨이고, 평화홀딩스의 계열사 피엔디티 공장이 김 장관 고향인 경북 영천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2525원이던 평화홀딩스 주가는 지난 1월 말부터 오름세를 타더니 지난 4일 9940원까지 올랐다.
지난 1월 말 한 여론조사업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 장관이 차기 대선에서 대결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8.3%가 김 장관을 선택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종가 기준으로만 52주 신고가를 네 차례나 경신했고, 특히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직전인 지난 3일과 파면이 결정된 4일에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올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형지글로벌(281.61%)이다. 계열사인 형지I&C(228.44%)가 뒤를 이었다.
패션그룹형지 계열사의 주식들은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돼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무상교복 정책을 추진할 때 계열사인 형지엘리트가 교복을 공급했다는 것이 이유다.
형지글로벌 주가는 지난 달부터 급격히 올랐는데, 특히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지난달 26일부터는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형지글로벌 주가는 지난해 말 2990원에서 지난 4일 1만1410원으로 치솟았고, 형지I&C는 같은 기간 784원에서 2575원으로 올랐다.
증시에서는 소프트캠프, 에넥스, 상지건설 등도 이재명 대표 테마주로 분류한다. 소프트캠프는 대표가 이 대표와 대학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고, 상지건설은 사외이사가 이 대표 캠프에 합류하며 테마에 포함됐다. 가구와 인테리어 사업을 영위하는 에넥스는 이 대표의 정책 수혜주로 꼽힌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며서 여당 잠룡으로 평가받는 다른 정치인 관련 테마주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인 부방, 대상홀딩스, 태양금속, 오파스넷의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홍준표 대구구시장 테마주인 토탈소프트뱅크, 경남스틸과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주인 진양산업, 진양화학도 요동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테마주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식도 주목 받고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커지는 경고음
정치 테마주의 주가 움직임은 기업 가치와는 무관하다. 실제로 정치인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하거나 아예 없지만 '정치의 계절'이 올 때마다 기승을 부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폭탄 돌리기"라며 "급등기에 올라탔다 주식을 제때 팔지 못하면 매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것처럼 하한가 행진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치 테마주는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고, 정치인의 한 마디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만큼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치 테마주 주가 차트만 봐도 하루 만에 빨간 기둥과 파란 기둥이 세워졌다. 한동훈 전 대표 테마주 54개 종목 주가는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 29% 상승한 뒤 5일에는 다시 14%가 빠졌다. 6일엔 16% 상승, 9일엔 17%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 테마주 역시 계엄 이후 하루마다 주가가 10~30%씩 움직였다. 오 시장과 김 장관, 홍 시장 등 모든 정치 테마주의 움직임이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한 시장 전문가는 "기업 대표와 정치인의 고향이 같다거나, 같은 대학에 다녔다는 이유 만으로 테마주에 포함된다"며 "그 기업이 어떤 실적을 내는지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치 테마주가 급등 이후 급락한다는 것을 알고도 '단타'를 노린 투자자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투자 시 이를 꼭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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