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황 봐가며 전략·행보 선택
베트남, 가장 먼저 '관세 0' 타진
"미국, 관세를 협상수단으로 활용"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각국이 물밑 협상에 돌입했다. 정부도 협상 카드를 벼리는 중이다. 고위·실무급 대미 협의를 추진하면서도 전략 수립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상호관세는 협상 수단으로서 취지가 크다"며 정교하고, 치밀한 협상 전략을 주문했다. 다만, 대통령 파면으로 당분간 정상 간 협상이 어려워져 통상전쟁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9일 상호관세 시행을 코앞에 두고 각국은 관세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46%의 관세 폭탄을 맞은 베트남이 가정 먼저 나섰다.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대미 관세율을 인하하겠다며 협상할 의지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서 "럼 서기장과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며 "(그는) 만약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베트남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성명을 내고 럼 서기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수입품 관세 인하를 약속하면서 "미국이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비슷한 세율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 간 협상이 원활하게 마무리되면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미국 수출 때 관세를 줄일 수 있어, 다소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를 24% 맞은 일본도 전화 회담 추진에 나선다.
이시바 총리는 "어떻게 하면 미국의 고용을 만들고 일본의 이익이 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내주 중에는(전화협의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할 수 없다"며 "양국 정산 간에 관세 문제에 대해 직접 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고위급과 실무급의 대미 협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전략과 행보에 신중한 스탠스다. 앞서 JP모건은 "관세의 압박으로 인해 올해 미국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3%에서 -0.3%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증시는 폭락했고, 여론도 좋지 않다. 미국도 다급한 처지가 된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기업들의 핵심 생산기지인 '글로벌사우스'에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 기업의 공급망 재편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경쟁국들의 대미 협상도 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가령, 한국이 초기 협상에서 상호관세율을 낮추더라도, 이후 경쟁국이 한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어낸다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 대책에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관세까지 겹친 자동차 업계 등을 대상으로 내수를 진작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공급망 재편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상호 관세 협상이 다른 국가들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0%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한국은 중국, 베트남, 일본, 대만 같은 경쟁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FTA와 대미 투자 확대 등으로 협상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는 일부 부족한 재정 수입을 충당하는 목적도 있지만 협상의 수단으로서 삼으려는 취지가 엿보인다"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한국이 중국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다각도로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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