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금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5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공포감에 짓눌리며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금까지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6일 금시세닷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순금 한 돈을 팔 때 가격은 53만원으로 전일보다 2000원 떨어졌다. 순금 한돈을 구입할 때는 61만4000원으로 전일보다 4000원 감소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 금 시세는 g당 14만3990원으로 전일 대비 2.71% 떨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전날인 지난 3일 14만8000원에 거래됐지만 4일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3024.2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9% 하락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105달러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금뿐만 아니라 구리도 6% 넘게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되며 비철금속 품목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이틀간 이어진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며 안전자산인 금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입 투자자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몰리면서 현금 확보를 위해 안전자산인 금을 매도한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며 '팬데믹 쇼크' 후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무역전쟁이 격화일로에 접어들며 경기침체 공포, 이른바 'R의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유입돼 상승했지만 달러 강세, 자산시장 패닉셀 여파로 하락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 부진에 따른 마진콜 대응을 위한 매물이 출회된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금의 경우 마진콜에 대응하는 유동자산 성격이 있다"며 "위험 이벤트가 벌어진 이후 금을 매도하는 것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려할 때 특별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