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조기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면서 87체제를 종식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도 추진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개헌과 관련해 '시기의 문제일 뿐, 안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는 4년 중임제 공약을 정식으로 포함시켜 승부수를 걸었다는 평가를 받은 적도 있다. 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위해 20대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해 2026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내용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단일화 과정에서 합의했다.
최근에도 이 대표는 같은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 때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 했고, 다음달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는 "지금 개헌 이야기를 얘기하면 블랙홀이고, 빨간 넥타이를 매신 분들이 좋아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같은달 2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그거야 뭐 안 할 수도 없다.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고 했었다.이에 우 의장이 전날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우 의장은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진행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 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며 "부족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2차 개헌을 통해 추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는 계엄에 찬성하는 요건으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계엄요건 강화 등 극히 일부 제안만 언급했다. 오히려 이 대표는 "일부 정치세력이 기대하는 것처럼 개헌 문제로 논점을 흐리고 내란을 덮으려는 시도는 하면 안 될 것"이라며 "그 외에 대통령의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의 추천 문제,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의 기본권 강화 등은 논쟁의 여지가 크다. 실제로 결과는 내지 못하며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그 공약대로 개헌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의 개헌 관련 입장과 관련해, 김 지사는 지난 2월 이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이라고 보고 "제7 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개헌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유감"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지적한 적이 있다. 김 지사는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관문"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경제 개헌, 임기 단축 등이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