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주요 주가 10% 급락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
투자자 등 시장 불만 폭증에
트럼프 "고치기 위해 약 필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
투자자 등 시장 불만 폭증에
트럼프 "고치기 위해 약 필요"
아시아 증시의 대폭락을 목도한 뉴욕증시가 7일(현지시간 이하동일) 월요일 개장을 앞두고 공포에 떨었다. 6일 오후 6시 현재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17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지난 4일 기록한 하락폭 2231.07포인트(-5.50%)에 육박했다.
앞서 지난 주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무려 2231.07포인트 급락한 3만8314.8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322.44포인트(5.97%) 떨어진 5074.08, 나스닥종합지수는 962.82포인트(5.82%) 하락한 1만5587.79를 각각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낙폭은 전날보다 더 커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6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블랙먼데이'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시장의 눈은 당연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엑스(X)를 통해 관세 탓에 '경제적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러려고(이런 상황을 보려고) 트럼프에게 투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에 즉시 90일간의 휴지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크먼은 '90일간의 휴지기' 동안 관세협정으로 부당한 무역시스템을 바로잡고 신규 투자를 유도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애크먼은 친구와 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관세 공세를 비판했다. 그는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불균형적인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전 세계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벌이는 현재 방식은 무역 동반자이자 자본 투자 시장으로서 미국의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주처럼 이틀 만에 주가가 10%나 급락한 것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 당시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아폴로와 대형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주가는 이틀간 20% 이상 폭락했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선 주가뿐만 아니라 석유와 구리, 금, 암호화폐까지 전방위적으로 매도세가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당초 대형 기업공개(IPO) 종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텁허브 등의 상장도 보류됐다. 특히 2008년 당시와 다른 점은 정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없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으로 시장의 붕괴를 막았지만, 이번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백악관이 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대상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포함된 기업의 이익이 3분의 1가량 급락할 수 있다.
시장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 대한 불만도 증폭하고 있다. 헤지펀드 출신인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은 백악관 내부에 친구가 생겼다면서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대를 접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베선트 장관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에 대해 "번영을 위한 장기적 경제기반을 구축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사실 충성파 일색으로 채워진 트럼프 행정부 내각에서 대통령의 의지에 거슬리는 언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무하다. 견제되지 않는 독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불만이 폭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상호관세 이후 미국 주식 시장이 폭락한 것과 관련, "때때로 무엇인가를 고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고 받아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은 무역에서 1조9000억달러의 손해를 (계속) 볼 수 없다.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의도적으로 주식 시장 폭락을 일으켰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면서 "나는 중국, 유럽연합, 다른 국가와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폭락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선이 어디냐는 질문에 "그 질문은 멍청하다"라면서 "난 어떤 것도 하락하길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 "우리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는 1조 달러이며 우리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협상하고 싶지만, 그들(중국)은 (대미국) 흑자를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중국은 지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모두가 우리가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 지분을 미국 기업들이 확보하는 협상안을 마련했으나 중국이 상호 관세에 반발해 막판에 이를 반대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그것은 대체로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거래에 매우 근접했지만, 중국은 관세 때문에 거래에 대해서 (태도를) 바꿨다"라면서 "만약 내가 관세를 좀 깎아줬다면 그들은 거래를 승인했을 것이다. 이것은 관세의 힘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과 유럽간 무(無)관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유럽은 우리로 수 많은 돈을 벌었다"라면서 "그들은 (우리를) 매우 나쁘게 대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는 (계속) 그렇게 하면서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돈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쓸 수 없다. 우리는 군사적으로 그들을 보호하면서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유럽, 아시아, 전 세계의 많은 사람과 대화했다"라면서 "그들은 정말로 협상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여러분에게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은 더 강해졌다. 미국은 가장 경제적으로 강력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자신의 첫 임기 때 대중(對中) 관세에도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도 "우리는 중국, 유럽연합(EU) 그리고 많은 국가에 (무역) 적자를 갖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세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에 대해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언젠가 사람들은 미국을 위한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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