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亞·유럽 등 세계증시 급락
골드만삭스, 미국 침체 확룔 ↑
수출 의존도 높은 韓, 충격 커
정책 고집땐 대공황보다 강력
골드만삭스, 미국 침체 확룔 ↑
수출 의존도 높은 韓, 충격 커
정책 고집땐 대공황보다 강력
![[기획] 트럼프 촉발 `R·S의 공포`… 글로벌 경제 `폭풍 속으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802100332781001[1].jpg "[기획] 트럼프 촉발 `R·S의 공포`… 글로벌 경제 `폭풍 속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 붙인 관세전쟁이 전 세계를 'R(경기침체)의 공포'에 빠뜨렸다. 미국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부정적 경제 전망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성장률도 속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관세전쟁의 진앙지인 미국에서는 마이너스 성장률은 물론,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에 20%에서 35%로 올렸는데, 또 높였다.
이에 앞서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도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무려 1.6%포인트(p) 낮춘 -0.3% 성장률로 수정했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고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UBS의 조너선 핑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여파로 미국 경제가 기술적 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질 것이라고 봤고, 바클리는 올해 미국 경제가 0.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지금까지의 흐름은 정 반대다.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JP모건 등은 200만명에 가까운 추가 실업자가 나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들은 상호관세 발표가 나온 뒤 관세 발 물가 상승과 실업률 상승에 따른 소비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효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고집할 경우 1930년대 세계를 강타했던 '대공황' 못잖은 충격파가 휘몰아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당시 대공황의 요인으로 여러 경제 이론이 있지만, 1929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자인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발의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데에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두고,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했던 1930년대 초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으로 관세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미국이 보편관세 10%에 더해 국가별 상호관세까지 부과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존 3.3%에서 2.8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한국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 크다.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내수시장이라는 버팀목이 있지만, 한국 경제에서 수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중국을 더해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0.066%)은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분기 1%를 상회했으나, 작년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 충격까지 4월부터 현실화 되면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은 뉴욕사무소 역시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약 0.5~1.0%p 하락할 것"이라는 웰스파고의 분석을 인용했다.
이미 수출은 트럼프 관세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날 보고서에서 1분기 수출이 정보통신기술(ICT) 증가 폭 축소의 영향으로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 인상 조치가 본격화하면 기업 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KDI는 전망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맞대응하는 것에 대해 "핵폭탄급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한국 같은 주변 제조업 국가 경제에 가늠하기 어려운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역시 이날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향후 미국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조속히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최대한 빠르게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민생 법안 등 경제 현안이 뒷전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이 트럼프 정부에서 촉발된 여러가지 어려움에 겪는 가운데 재난 재해까지 발생한 만큼 추경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들한테 추경을 막 퍼주라는 얘기가 아니다"며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서는)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등 신기술 응용을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7%로 전제하면서, 여기에 0.3%포인트(p) 성장률을 더 끌어올리려면 약 9조8000억원의 세출 추경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JP모건의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산불 대응과 기존의 본 예산 정상화를 위해 비교적 소폭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대선 이후 대내외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추경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일·양호연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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