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시선 못끌면 도토리 키재기 돼
野, 과거 '反李후보' 난립해 참패
"선거구도 고려한 전략적 선택해야"
野, 과거 '反李후보' 난립해 참패
"선거구도 고려한 전략적 선택해야"
국민의힘이 오는 6월 열릴 조기대선에서 '다수 후보의 출마로 경선 흥행을 유도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인 '여의도 문법'으로는 통용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경선 흥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위해 가급적 많은 후보들이 출마해서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적지 않은 인사들이 윤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부터 다수 후보 출마와 경선 방식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며 불을 지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국민의힘에 인지도가 있는 대선 잠룡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 시장 등이 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들의 지지율을 합할 수만 있다면 '이재명 1강 체제'인 민주당과 겨룰 수 있는 세력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경선과정의 내용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대선 후보가 많으면 흥행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후보들의 경쟁력이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 혹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면 흥행은 커녕 참패를 부르기 때문이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정동영계, 김근태계, 김한길계, 손학규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세력을 모두 녹여 다양한 후보들이 경선에 뛰어들어 경쟁을 펼쳤지만 경선은 흥행에도 실패했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도 실패했다. 그 결과 대선후보로 본선에 나선 정동영 후보가 26.14%를 득표하는 데 그쳐 48.67%를 득표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531만 표 차를 대패를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격차가 557만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패배였던 셈이다.
이번 대선이 2007년 대선과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여론조사상으로도 확인된다.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을 전부 합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여론조사가 여러차례 나왔다.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도 큰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재집권을 노린다면 '선거의 판세와 구도를 뒤엎을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지층도 전략적으로 투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후보가 여럿이 나와 경선을 하는 것은 관심을 끌게 돼 나쁘지 않고, 난립해서 어수선한 것도 컷오프를 통해 제한하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판세를 뒤집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민주당의 여태까지 행보를 보면, 민주당은 선거 구도를 '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내란 옹호 세력'으로 가르려 할 것인데,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이 후보가 되면 이 구도를 어그러뜨릴 수 있지만 탄핵 반대·기각을 앞장서서 외쳤던 사람이 후보가 되면 그 구도가 강화된다"면서 "국민의힘과 지지층이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그 점이 이번 대선에서 최대 관전포인트"라고 전망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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