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질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이 건강관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기술 발전으로 진단 정확도가 높아진 인공지능(AI)의 비중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AI 기반으로 폐암·유방암 등을 빠르게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특히 폐암은 암 사망률 부동의 1위 질환으로, 2023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8만5271명 중 21.9%(1만8646명)가 폐암 환자로 집계됐다. 어느 정도 진행된 후 3·4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빠른 발견이 중요하다.
이 가운데 의료 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의 '에이뷰 LCS 플러스'는 폐암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 흉부질환을 한 번의 CT로 동시에 분석하는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암만 선별하던 흉부 영상단층촬영(CT) 검진이 이젠 폐 전체 건강을 진단하고 예상치 못한 질환까지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했다.
진공용 대한흉부영상의학회장(전북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저선량 흉부 CT와 AI를 이용한 정확한 폐암 조기 진단은 생존율뿐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유방암 전문 의료 AI 기업 루닛은 최근 연구를 통해 AI가 진단 정확도를 높이면서도 불필요한 재검사는 늘리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 이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국가 암검진 유방촬영술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유방 영상의학 전문의가 단독으로 판독한 결과와 이들이 AI의 도움도 받아 판독한 결과를 1년 추적 검사를 통해 비교했다. 그 결과, AI 활용 시 유방암 발견율이 1000명당 5.7명으로 AI 미사용 시(1000명당 5.0명) 대비 13.8% 증가했다.
또한 암 재검사를 위해 환자를 다시 소환하는 리콜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이는 AI 활용이 불필요한 재검사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유방암 발견율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연구에 의해 AI가 질병의 예방과 조기 진단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연구를 통해 AI 기반 뇌동맥류 진단 소프트웨어(SW) 'JLK-UIA'가 다기관 임상 연구를 통해 높은 진단 정확도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뇌동맥류는 혈관벽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는 질환으로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릴 만큼 파열될 경우 치명적인 뇌출혈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고난이도의 뇌동맥류 영상 판독에서 의료진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등 한계가 있었다.
제이엘케이는 이번 연구로 비파열 뇌동맥류에 대한 JLK-UIA의 검출 성능 정확도를 확인했다. 연구진이 675명의 뇌 자가공명혈관영상(MRA)를 분석한 결과, 환자 단위 진단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5.2%, 80.5%를 기록하며 높은 성능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폐암과 같이 조기 진단이 어려운 질병일수록 AI의 정밀한 분석 역량이 의료 현장에서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이는 의료진의 진단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환자에게는 골든타임을 앞당겨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