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당국, 이달 국회 통과 목표
산불피해 지원 중점 10조 편성
통과까지 평균 한달 이상 소요
정치권 '표심잡기'에 제동 우려
전문가 '선별·한시적·적기' 강조
경제적 효과에 대해선 의견 분분
산불피해 지원 중점 10조 편성
통과까지 평균 한달 이상 소요
정치권 '표심잡기'에 제동 우려
전문가 '선별·한시적·적기' 강조
경제적 효과에 대해선 의견 분분
![[이슈&트렌드] 조기 대선 정국 속 `추경` 속도 붙을까… "재정투입 적기에 이뤄져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802101802032001[1].jpg "[이슈&트렌드] 조기 대선 정국 속 `추경` 속도 붙을까… \"재정투입 적기에 이뤄져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자, 민생 지원을 위한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논의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경제 당국은 이달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다만, 정치권이 조기 대선에 맞춰 움직이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경안이 영남 지역 대형 산불 재난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적기'에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정부에 따르면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이달 내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고, 필수 추경의 4월 내 국회 통과가 매우 긴요하며, 이를 위해 국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할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과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의 이번 추경안에는 영남 지역 대형 산불 피해 재난·대응과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가 담겼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권이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되면서, 추경 논의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여야가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추경 규모·사업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10조~15조원 규모의 추경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야당은 대규모 소비 진작 사업을 포함한 35조원 규모 추경을 공언하면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정치권이 조기 대선을 겨냥해 '표심잡기'에 나설 경우, 추경안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선과 관련돼서 다른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빠르게 추경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번 추경은 산불 문제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을 위해 투입되는 만큼 재정을 신속하게 지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재정 투입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선 '3T'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재정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재정학자들이 강조한 기준 중 하나다. 즉, 추경은 선별적(Targeted)이고, 한시적(Temporary)이며, 적기(Timely)에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은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제출부터 국회 통과까지 평균적으로 한 달 넘게(33일) 걸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역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사례와 국회 심의 결과'에 따르면 2006년 10월 이후 총 16회 추경이 편성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2020~2022년)에는 무려 8차례의 추경이 집중적으로 편성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슈&트렌드] 조기 대선 정국 속 `추경` 속도 붙을까… "재정투입 적기에 이뤄져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802101802032001[2].jpg "[이슈&트렌드] 조기 대선 정국 속 `추경` 속도 붙을까… \"재정투입 적기에 이뤄져야\"")
국회는 16번의 추경 중 14번을 2개월 이내에 심의·의결했다. 정부의 추경 제출 이후 국회의 심의·의결 기간을 분석해 보면, 2주 이내 처리된 경우는 3번, 1개월 이내는 8번, 2월 초과는 2번이었다. 통상적으로 추경안이 2개월 이내 국회에 통과됐다는 점을 가정할 때, 오는 8일에 국회에 제출된다면 6월 7일까지 의결이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치적 상황, 심사 과정에서의 결과에 따라 처리 시점은 당겨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역대 추경 중 국회 제출부터 의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사례는 2019년 '미세먼지 대응 '추경이다. 당시 추경안은 4월 25일에 제출됐고, 국회에서 의결된 것은 8월 2일로, 총 99일이 소요됐다. 추경안은 미세먼지 저감 대응 사업에 2조2000억원, 선제적 경기 대응·민생경제 지원에 4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시 처리가 오래 걸린 배경에는 봄철 미세먼지 대응을 목표로 편성된 추경안에 일본 수출 규제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2732억원 규모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여야 협의로 추경안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가장 신속하게 처리된 사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2020년 제4차 추경으로, 국회 제출부터 최종 의결까지 단 11일 만에 이뤄졌다. 이 추경에서는 특히 소상공인 등 긴급피해지원(3조8000억원), 긴급 고용안전패키지(1조4000억원), 긴급돌봄지원 사업에 2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정부의 이번 10조원 규모의 추경은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16차례의 추경 중 9번은 국채 추가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했다. 정부는 통상적으로 기금 여유 재원이나 전년도 세계잉여금 등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했지만, 상당 부분은 국채 발행이나 당해연도의 초과세수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당해 연도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2016년, 2017년, 2021년 2차, 2022년 2차 추경에는 국채 추가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했다.
국회의 추경 심의·결과를 세출 총량에서 살펴보면, 16번의 추경 중 11번은 정부안 대비 감액했고, 5번(2020년 1차, 2020년 2차, 2021년 2차, 2022년 1차, 2022년 2차)은 증액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을 선별적이고, 적기에 투입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추경으로 인한 경제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추경의 경제적 효과는 사업의 특성, 재원 조달방식 예산 연내 집행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효과 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부 연구위원은 "추경은 보통 경기가 침체되거나 우려되는 경우 편성하는데, 당초 예상했던 부가가치의 합인 GDP가 얼마만큼 올라갔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가령 2.0% 성장률인데 1.5%가 될 것 같아서 추경을 한다면 1.8%가 됐을 때 0.3%p 플러스로 볼 것인지, 마이너스 0.2%p로 볼 것인지 연구자의 어떤 기준을 잡느냐로 보게 돼서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슈&트렌드] 조기 대선 정국 속 `추경` 속도 붙을까… "재정투입 적기에 이뤄져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802101802032001[3].jpg "[이슈&트렌드] 조기 대선 정국 속 `추경` 속도 붙을까… \"재정투입 적기에 이뤄져야\"")
일각에서는 추경으로 인해 정부 투자가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크라우딩 아웃 이펙트(Crowding-out effect·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민간에서 추가로 돈을 쓰지 않고, 기존에 쓰던 돈을 줄여버린다는 것이다.
염 교수는 "민간 부문의 활력을 키운 것은 좋은데 자꾸 돈만 풀려고 할 경우 효과가 작고, 후세대 빚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커질 수도 있어 조심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부가 AI 신산업 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주고, 민간 부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여기저기 여러 분야에 손을 데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현재 금리가 내려가는 국면에 있어, 국채가 늘어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요인이 작아 크라우딩 아웃 이펙트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현재 민간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공공 부문이 들어가서 민간 투자가 빠져나오는 경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청나게 수요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클라우드 인이라면 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관세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충분히 국회와 협의해서 규모를 늘려 추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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