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위축에 유가 하락 '이중고'
25% 관세부과후 1.85달러로 급락
정유업계 "당장 실적 회복 어려워"
25% 관세부과후 1.85달러로 급락
정유업계 "당장 실적 회복 어려워"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최저 수준인 1달러대까지 하락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제품의 수요 위축으로 제품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유가 하락까지 겹치며 수익성에 이중 악재가 된 셈이다.
8일 한국신용평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4분기 배럴당 5달러에서 올해 1분기 배럴당 3.2달러로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3일부터 모든 수입차를 대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한 다음 날인 4일에는 올해 최저 수준인 1.85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배럴 당 1달러대면 팔 수록 엄청난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국제유가도 지난 2일부터 급락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일 배럴당 71.71달러에서 지난 7일 60.70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74.95달러에서 64.21달러, 두바이유도 76.15달러에서 64.57달러로 각각 하락했다. 주요 유종 모두 60달러대로 내려앉으며 정제마진 하락을 부추겼다.
이번 유가 하락은 트럼프 행정부의 25% 수입차 품목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등의 보호무역 조치로 석유 수요 전반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된 영향이다. 유럽연합 역시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확대와 석유 소비 전망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인하해 공급과잉 신호로 작용했다. 골드만삭스는 WTI의 12월 전망치를 58달러로 하향조정하는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유가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정유업계는 당분간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부진해 제품 가격이 오르기 쉽지 않은 데다 이번에 원유 가격의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저수익 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52억원이다. 전년 대비 3272억원이 줄은 금액이다. 에쓰오일은 전년 대비 76% 줄은 538억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에도 정제마진 약세가 불가피해 실적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2분기 정제마진이 배럴당 1.5~2달러 가량 상승해야 하는데 최근 매크로 상황과 중국의 경기 부진을 감안할 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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