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업계에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메모리 사재기'에 들어간 영향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금융정보업체가 전날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4조9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것은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이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분기 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실제 실적에선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범용 D램과 낸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가 상승한 영향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가전을 제외한 전 사업부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4분기까지 증익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메모리 낙관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메모리 출하가 급증한 것은 본격적인 업황 개선이 아닌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하반기 수요를 미리 당겨쓰고 있는 성격도 강하다"며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미 정부가 반도체 관세에 나설 경우 업황이 빠르게 얼어 붙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제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4%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관세가 실행될 경우 하반기에는 수요 감소와 상반기 중 쌓인 재고로 이중 부담이 될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어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국면"이라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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