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대상 유증 3.6조→2.3조 축소
3자배정 검토…한화에너지로 갔던 2.3조 다시 에어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일반주주 대상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역대급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발을 의식해 일반주주 대상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고, 한화에너지 등 3개사가 제3자 배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기존 계획했던 투자금은 그대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경영적으로 옳은 길이라고 판단해도 주주와 정치권, 정부의 지지를 받지 않고 밀어붙이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 같은 유상증자 계획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유럽의 방산블록화, 글로벌 방산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현지 투자와 해외 수주에 대비한 재무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이후 승계 논란 등에 휩싸이며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유상증자 배정 방식을 일반주주와 제3자 배정, 두 가지 방안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한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의 한화오션 주식을 매입하면서 줬던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돌아오는 결과를 얻게 된다.
안 사장은 "한화오션 인수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부족으로 에너지 계열도 투자 개념으로 참여했다. 처음부터 주가가 오르면 빠져나가기로 계획된 것"이라며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면서 세간의 오해를 샀으나 이는 전혀 다른 의사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3조6000억원에 더해 영업현금흐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총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확보된 자금은 해외 방산 생산 능력 구축, MCS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에 투입되며, 제3자 배정은 무인기 체계·엔진 개발 및 양산 시설 구축, 해외 조선업체 지분 투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에 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1조56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 투자에 2조2900억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에 9500억원 등이 투입된다. 이러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방산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안 사장은 "제3자 배정은 할인율 0%, 록업(Lock-up, 의무보유예수) 1년을 목표로 경영진과 이사들이 논의 중이며, 1차 발행가액이 결정된 이후 오는 20~21일 정도에 결의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며 "앞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를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고 이러한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임주희기자 ju2@dt.co.kr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이 8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