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월 국제수지 설명회
경상수지 22개월 흑자불구
美 관세정책 전산업군 타격
경상수지 22개월 흑자불구
美 관세정책 전산업군 타격
한국은행이 향후 국내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3월까진 흑자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4월부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2월 경상수지가 2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미국의 관세 확대를 앞두고 주문이 몰린 자동차, 정보통신(IT)기기를 제외한 주력 산업군 수출이 둔화돼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는 9일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효하면 국내 자동차·IT기기 분야는 물론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해 전 산업군의 실적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2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3월까진 어느 정도 감내가 가능하지만 4월 이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늘고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 영향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회수출이나 동남아 쪽 수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면 대중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우선 급격하게 수출이 나빠진다기보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 수출 품목의 경우 2~3개월 전 선제적으로 계약이 이뤄져 수출에 반영되기까진 시차가 있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수출 지원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다방면으로 상황들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앞두고 기업들이 수출물량 밀어내기를 한 영향에 대해 송 부장은 "통계적으로 확인되진 않는다"며 "다만 관세 발표가 지난해 말부터 예고됐기에 아예 없을 순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은은 미국의 관세부과가 국내기업 배당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배당소득, 이자소득은 기본적으로 견조하게 늘어나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 부장은 "관세정책 영향으로 캐나다·멕시코·동남아 현지 기업으로부터의 배당소득은 수출 감소로 현지공장 매출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한 본원소득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월 경상수지는 71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4월(-24억3000만달러)에 적자를 기록한 뒤 2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이는 2000년대 들어 3번째 최장기간 연속 흑자다.
한은은 2월 경상수지 흑자가 전월(29억400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데 대해 1월 계절적 요인이 해소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수출도 반도체 품목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IT품목 증가세가 지속된데다 비IT품목이 일부 품목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이 2.5% 감소한 것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은은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는 견조하게 수출이 늘고 있다"며 "저부가가치 반도체가 가격요인으로 수출이 감소했는데 3월 들어서 다시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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