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중 임기 만료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에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을 전격 지명했다. 예상치 못한 지명에 허를 찔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대응책을 찾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8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내고 후임 헌법재판관 지명을 단행했다. 이날 한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과 마용주 대법관을 임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그간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지명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뤄왔던터라 이번 재판관 지명이 모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다만 민주당 등 야권도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가능하다면서 신임 재판관 지명은 안된다는 논리 모순에 봉착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권한대행은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추경 준비, 통상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위헌 행위'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본인의 재판에 출석하며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 한 총리에게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며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전 대통령의 장모이자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의 변호를 맡기도 한 이완규 법제처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 법제처장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이른바 '안가 회동'에 참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제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임명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국회의장이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의 경우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통령은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없어도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
한 대행 탄핵이 거론되고 있지만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일단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이번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한 현안질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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