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부터 관세가 모든 호재 압도
국가별 상이한 관세율 활용 필요
관세회피 불가… 피해 감축 전략
국가별 상이한 관세율 활용 필요
관세회피 불가… 피해 감축 전략
"1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지금 매출에 의미를 둘 때가 아니다. 2분기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본격화 되는 만큼 좋을 실적을 기대하기는커녕 사업 전략을 어떻게 짜야할지가 고민거리다."
한 대기업 임원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적용되기 하루 전인 8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9일(현지시간)부터 적용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 1분기 실적이 '마지막 호실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에 휩싸였다. 한국에는 물론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을 포함해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몰린 동남아 지역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서 관세에 대한 직·간접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관세 여파로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제마진도 떨어지는 추세여서 글로벌 수요 위축 등 불확실성 가중으로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짜기가 더 어려워진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8일 올 1분기(잠정)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냈다고 8일 공시해 5조원을 밑돌 것이란 시장의 예상치를 30% 이상 웃돌았다. 매출액은 79조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날 LG전자도 1조259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1분기 기준 6년 연속 조단위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2조원으로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올 1분기 영업이익 증권가 추산치가 각각 3조6000억원, 3조2000억원 안팎으로 작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잔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올 1분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벌써부터 들린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선보인 갤럭시S25의 출시 효과가 실적을 견인했는데, 갤럭시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베트남 관세가 46%로 매겨져 삼성전자도 영향권에 놓였다. 베트남이 대미 관세율을 '제로'(0)로 낮추겠다며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2분기엔 신제품 효과가 희석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요소다. 메리츠증권은 갤럭시S25의 1분기 출하량이 135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2분기에는 800만대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전날 '언박스&디스커버 2025'에서 "경쟁사 대비 관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관세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어서 지켜보는 중"이라며 "세계 10곳에 생산거점이 있어 생산거점을 통해 관세로 인한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외에 중국 34%,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등의 상호관세도 발표했는데 삼성·LG전자는 이 지역에서도 TV·가전 등을 생산한다. 멕시코가 상호관세를 빗겨갔지만 관세압박은 여전하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는 25% 관세 타격을 어떻게 최소화시킬지가 관건이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관세에 더해 내달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가 예고돼 있어 현지 생산 제품이라도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는 우선 6월 2일까지는 미 현지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해 관세 부담을 안기로 한 만큼 2분기 수익성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업계도 수요위축 우려 등으로 인한 유가하락으로 지난달 마지막주 정제 마진이 7달러 미만까지 떨어져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추정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는 가운데, 실적 회복 기대감도 요원하다.
유럽연합(EU), 이스라엘, 일본,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영국, 베트남,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등 상호관세 대상 주요 교역국들은 이미 미국과의 협상에 들어갔다. 무협 워싱턴지부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각국은 보복보다 협상을 선호하는 기조"라며 "무관세 체제 구축, 대미 투자 확대, 관세 유예 요청 또는 상호관세 인하 제안 등을 협상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전략적 대응을 통해 협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의 현지 투자, 공급망 재조정 등의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보 제공과 맞춤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한 압박으로 국제 규범 위반에 대한 객관적 문제제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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