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된 정부 돌파구 마련 미국행
유럽·아세안 등 70개국 협상 모색
베선트 장관 "日 우선순위 예상"
유럽·아세안 등 70개국 협상 모색
베선트 장관 "日 우선순위 예상"
![[기획] "하나라도 더 건지자"… 세계각국, 트럼프 설득에 안간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0902100332781001[1].jpg "[기획] \"하나라도 더 건지자\"… 세계각국, 트럼프 설득에 안간힘")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가 9일 시행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관세율을 낮추거나 아니면 '무관세 쿼터제'와 같은 혜택을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각국 정부는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관세의 표적이 된 각국 정부는 여러 경로를 총동원해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며 돌파구 마련에 애쓰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문제와 관련, "우리에게 접근해온 나라가 지금 50∼60개, 아마도 거의 70개국에 이른다"며 "(각국과 협상하느라)바쁜 4∼5월이 될 것이며, 아마 6월까지도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번호표 1번은 일본이 뽑았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매우 빨리 나섰기 때문에 일본이 (협상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날 통화한 데 이어 양국 간 장관급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미국 US스틸 인수 의사를 밝힌 일본제철 측은 미국에 70억달러(약 10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제안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US스틸 인수 불허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과 이스라엘 등도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회견에서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실제로 (미측에)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EU 27개국은 그러면서도 'EU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을 마련해두겠다'며 협상 결렬 시 보복할 수 있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무역 적자에 대해 "빨리 없애겠다"며 "나는 불필요하게 있는 다양한 무역 장벽도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하고, 필리핀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나서는 등 동남아 국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파키스탄도 이달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관세 협상 방안을 모색한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밀과 면화, 석유, 가스 등의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19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약속했다.
이 같은 각국의 협상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아직까지 미온적이다. EU에 대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스라엘에는 "우리는 매년 수십억달러씩 이스라엘에 지원한다"며, 사실상 협상 카드를 더 내놓을 것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회담을 요청한 나라들과 즉각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협의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다만 무역적자가 사라지지 않으면 관세 유예나 철회는 없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백악관은 특히 일부 국가가 대미 관세를 낮추겠다고 제안할 것과 관련해서는 관세가 전부가 아니라며 의미 없는 조치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CNBC에 출연해 "중요한 것은 비관세 사기(cheating)"라며 "제로 관세라는 것에 오도돼선 안 된다"고 협상의 힌트를 제공했다. 베선트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한도의 협상 지렛대를 가질 것"이라며 "그는 최대한도의 지렛대를 확보했을 때 기꺼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9일 미국을 찾아 대미 협상을 시도한다. 정 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은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고,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이번 방미길에 반드시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이 이번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여지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한국은 세계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미국산을 늘려가는 문제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협의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강대 강'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디데이를 하루 앞두고 상무부 담화문에서 "미국이 만약 격상한 관세 조치를 이행하면 중국은 단호히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강대강 맞불 관세를 예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까지 중국이 34%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것은 9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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