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또다시 꼬이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 민생 지원 등 추경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조기대선 국면을 맞이하면서 양당 간 얼어붙은 분위기는 더욱 살벌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8일 언론 공지를 내고 "오후 2시 권성동 원내대표의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회동 일정은 민주당 측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로 인해 전면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당초 권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해 4월 임시국회 일정, 추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회동에 임박해 불참 의사를 내비치면서 여러 해석이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부친상을 고려해 일정을 늦췄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우 의장이 지난 6일 '개헌·조기 대선 동시투표'를 띄우면서 민주당이 이에 거부감을 느껴 회동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추경의 중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통상, 산불 민생 등 필수적인 분야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하는 상태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에도 우 의장 주재로 세 차례나 만나 본회의 일정을 포함해 추경 규모와 방식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에 정당정책의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우 의장이 띄운 개헌 논의에 국민의힘은 동조하고 친명(친이재명)계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벚꽃 추경'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당은 이날도 추경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만큼은 정치인 개인이 사욕이나 당리당략이 아니라 오직 민생과 국익만을 바라보며 처리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현금 살포가 포함된 추경만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정략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생각뿐이고 민생과 경제 위기는 안중에도 없다"고 일갈했다.
반대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10조원 짜리 '찔끔 추경'으로는 최소한의 대응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며 "소비 진작 4대 패키지를 포함해서 과감한 재정지출을 담은 추경이 정말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의사일정 등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