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2개월 내 치러지면서 의료계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업계도 임상에서부터 신약 개발, 마케팅 등 전반에 걸쳐 업무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의정갈등이 해소돼 위축됐던 영업이 정상화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안정화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8일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돼 신약개발 준비 과정에서 경색됐던 여러가지 구조가 빨리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제약업계는 1년 넘는 의정 갈등으로 지난해 2월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받던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영업과 임상 과정에 유탄을 맞았다.
임상에 필요한 환자모집도 전공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었고, 각종 학술대회도 막히며 연구 단계와 마케팅에 차질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수술·입원, 외래 진료량이 대폭 축소돼 링거 수액, 주사제 등의 매출에 타격도 발생했다.
또 전공의 부재로 교수들이 당직을 계속 돌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에 차질이 생겨, 제약사 영업 담당자들은 판로를 찾고자 2차 종합병원, 1차 병원(의원)까지 영업을 확대하며 비용 부담도 발생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담당 교수들을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종합병원과 1차 병원까지 영업망을 확대했다"면서 "이로 인해 매출을 메꿨지만 판관비가 늘어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의대 정원이 원점화될지, 증원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을 풀어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제약 업계도 안정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들이 영업 마케팅 과정에서 의사 대상으로 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를 열어 제품을 알리고 있는데, 그간 눈치가 보였다"면서 "향후 이런 행사가 수월하게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개발과 제약바이오 기업공개(IPO)도 나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을 하려면 투자모집도 해야하는데, 지난해 그런 과정들이 늦어지면서 임상에 참여했던 관계자들 중 그만둔 사람들이 많다"면서 "직접 연구하는 신약개발 회사뿐만 아니라 소재를 개발하거나 컨설팅을 진행하는 세컨더리 인더스트리까지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한번 해소되면서 상황이 나아져야 하고, 경색됐던 여러 환경이 해소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 개혁이 동력을 잃으며 전공의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업계는 임상 과정에서의 정상화도 기대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진료를 보고 있지만 임상에 필요한 환자모집은 전공의들이 했다"면서 "교수들의 업무 과부하가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상황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제약회사들도 업계의 복잡한 사정이 해소되길 바랐다. 한 외국계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정치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해당 정황을 담은 리포트나 앞으로의 전망을 해외에 보고해왔는데, 이런 네거티브한 이슈가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 개혁 정책으로) 영업, 마케팅, 각종 공동 임상을 비롯해 의약품 개발 영업까지 영향받았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