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보수적 전략 강화… 보통자본비율 하락 방어
美 관세 관련 산업군 특별관리 분류·기업신용 재평가
美 관세 관련 산업군 특별관리 분류·기업신용 재평가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1500원 턱밑까지 오르자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호관세 조치로 은행들의 국내 기업대출 연체율 등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부담이 확대됐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 은행들은 기업신용에 대한 재평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의 건전성 이슈에 각별한 경계심을 가져라고 당부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은행권에서 늘어난 위험가중자산은 3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1조5000억원보다 약 1.7배 많다. 관세 타격에 더해 은행들이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강화하면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환율이 1500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금융지주들은 CET1을 방어하기 위해 더욱 보수적인 대출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CET1은 은행의 건전성과 배당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대출을 많이 늘리면 CET1이 떨어진다.
이에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미국 상호관세와 관련된 산업군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지원책 등을 검토하며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5.4원 오른 1473.2원에 마감하며 1500원을 위협했다. 이는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다.
은행들은 기업 신용에 대한 재평가도 계획 중이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신용평가는 통상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이뤄진다. 정량평가는 기존 재무재표를 바탕으로 하기에 상호관세 악재가 포함되지 않지만 정성평가에는 악재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은행들의 중소법인대출 연체율은 0.81%를 기록했다. 이는 금감원이 처음 중소법인대출 연체율 통계를 공개한 2020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말 기준 5대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3조1922억원으로 전월 대비 0.13% 감소했다. 우리은행이 연초 대비 1.5% 줄었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0.06%, 0.05% 감소했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0.5%, 0.4% 증가했다.
국내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도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5.58%로 전년 말(15.72%)보다 0.14%포인트(p) 내렸다. 작년 9월말(15.84%)까진 전년 말보다 상승했으나 1분기만에 0.26%p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상호관세나 환율 등에 따른 수출입 기업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은행들은 외형 확장보다 건전성 관리를 중시한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환율성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외 경제·산업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보다 충실히 해 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금융중개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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