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신주의 1차 발행가를 14만6200원으로 확정하며 유상증자 절차에 착수했다. 예정가 대비 13.6% 낮은 가격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주가 하락이 반영됐다. 향후 주가에 따라 결정될 2차 발행가가 최종 조달 규모를 좌우하는 만큼, 앞으로 한달 여 동안 주가 흐름이 미래 투자자금 확보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SDI는 신주의 1차 발행가액을 보통주 기준 14만62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달 14일 이사회에서 정한 예정 발행가액인 16만9200원보다 13.59% 낮아진 수치다. 전일 종가(17만6300원)와 비교하면 17.07% 낮은 수준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수입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로 인한 주가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전체 발행 주식수는 변함없이 1182만1000주지만 전체 모집 예정금액은 기존 약 2조113억원에서 약 1조7301억원으로 2712억원가량 줄게 됐다.
최종 발행가액은 내달 16일 기준으로 다시 산정되는 2차 발행가액과 비교해 더 낮은 가격으로 내달 19일에 확정된다. 주가 변동성을 반영해 투자자에게 공정한 가격을 제시하기 위한 조치인데 향후 주가 향방에 따라 전체 조달 규모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예정 발행가 기준으로는 GM 합작법인에 9047억원, 헝가리법인에 6413억원,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구축에 4541억원을 배정할 계획이었지만 발행가가 조정되면서 항목별 투자 규모도 일부 조정될 전망이다. 이날 1차 발행가를 기준으로 한 사용 계획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1조3741억원과 시설자금 3541억원, 발행제비용 73억원 등이다.
GM과의 미국 내 합작공장의 경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해 당초 계획인 2027년보다 빠르게 완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곳은 GM전기차에 탑재할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핵심 생산거점으로 27GWh 규모에서 시작해 최대 36GWh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유럽 헝가리공장은 당초 각형의 생산능력 확대에 2944억원을, LFP 배터리 라인 투자에 1458억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BMW와 아우디, 폭스바겐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위치하고 있는 유럽은 최근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1% 성장했다. 이 중 북미 시장의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은 10.1%를 기록한 반면 유럽은 전년 대비 1.0% 역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부활을 검토 중인 만큼 재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 측은 "시설투자에서 양산까지 2년에서 3년이 소요되는 배터리 사업 특성상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부채성 조달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차입보다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