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상호 관세 시행으로 반도체 업황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간 반도체 수요를 이끌어온 인공지능(AI) 서버와 스마트폰 시장의 동반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상승세를 이어오던 범용 메모리 가격도 조만간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9일 올해 AI 서버 출하량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8.3%에서 24.5%로 낮췄다. 미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역 위축과 제품 가격 상승, 소비 둔화 등이 겹쳐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으면 반도체 수요도 빠진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날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 적용을 시작했다.
트렌드포스는 "미 정부 관세 정책으로 인해 AI 서버와 스마트폰, 노트북 시장의 출하량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며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경우, AI 서버 투자도 미뤄져 전망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호관세 적용 시 애플 아이폰16 프로맥스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은 40% 가량 올라 최고 2300달러(약 340만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관세 정책에 따라 D램 모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을 추가 인상한다.
트렌드포스는 미 정부가 애플 등 일부 기업에 대해 관세 면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는 막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자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가성비 구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봐서다. 또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요 감소도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반등 조짐을 보이는 메모리 시장도 관세 유탄을 맞게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주류 제품인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1.951달러로, 지난달 3일과 비교해 13.3% 상승했다. 같은 시기 범용 낸드 가격도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미 정부 관세 시행 직전 일시적 현상이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요 기업이 '메모리 사재기' 들어간 영향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서버와 스마트폰, 노트북 출하량이 강세를 보인 것은 미 정부의 관세 정책 시행에 앞서 출하를 앞당긴 덕분"이라며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작년과 비교해 5% 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관세가 본격화 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4%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뤄졌던 것은 맞지만, 하반기 수요를 미리 당겨쓰고 있는 성격이 강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투자 계획을 재점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