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만 가능…미래에셋·한투證 중 1호는?
목표수익률 연 3.5%에서 6.6%까지 추구 전망
고수익과 원금 지급 기능을 모두 갖춘 새로운 투자상품 '종합투자계좌(IMA)'가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를 거쳐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IMA는 지난 2017년 도입했으나, 금융당국에서 투자 운용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아 그동안 시행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8년 만에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IMA는 고객 예탁 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 관련 자산(70% 이상) 등에 운용하고 그 결과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MA의 가장 큰 특징은 원금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단,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증권사가 도산할 때 원금은 보장되지 않는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 과장은 "증권사가 무너지지 않는 한 원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라며 "만기까지 유지되는 폐쇄형 상품을 유도해 원금 지급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증권사는 △저수익·안전형 △중수익·일반형 △고수익·투자형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다. 목표 수익률 3.5%의 저수익 안정형 상품은 신용등급 A급 이상 회사채나 글로벌 투자 등급(BBB급) 채권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며, 만기에 원금과 수익을 함께 돌려주는 구조다.
이 같은 방식으로 증권사는 연 4%의 중수익 일반형 상품과 연 6~8%의 고수익 투자형 상품도 출시할 수 있다. 고수익 투자형 상품은 벤처기업 시리즈 A~C 단계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증권사는 연 0.02~0.05%의 운용 보수를 받고, 초과수익의 30%를 가져갈 수 있다. 만기 구조와 성과보수는 증권사가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IMA 운용 자산의 70% 이상을 만기 1년 이상 상품으로 구성하도록 할 방침이다.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2~7년)·중수익(3~8%)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 우선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IMA 인가 대상 증권사들도 이런 형태로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수익률 수준에 따라 회사채, 기업 대출, 메자닌 투자, 벤처투자 등 다양한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투자자로서는 손실 우려 없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수신+자산운용)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목표 수익률이 '수익률 보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된다. 고 과장은 "광고에도 이 수익률은 못 들어간다"며 "편의를 위해 이런 정도의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고 금융투자상품이니 수익이 '0'이 될 수도 있다. 원금 지급형이니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IMA는 발행어음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발행어음은 '특판 발행어음 연 0% 수익률'로 판매·광고가 되고 수익률도 맞춰주지만, IMA는 기초자산의 손익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고 과장은 "발행어음은 채권처럼 고정 수익률이 정해져 있지만, IMA는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이 정해진다"며 "펀드와 유사한 구조로,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증권사가 이를 보전해 주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측면에서도 부동산 운용 한도(10%), 모험자본 공급 의무(25%) 등은 발행어음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부동산 운용 한도는 즉시 적용되며 모험자본 의무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종투사의 운용 책임성을 제고하고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5% 시딩(seeding) 투자 의무를 IMA에도 도입했다.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운용 보고서를 제공하고, 신탁과 유사하게 고유재산 거래 및 자전거래 제한도 적용된다.
당초 IMA는 발행 한도가 없다는 점에서 증권사의 유력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번 제도 정비를 통해 한도가 설정됐다. 금융위는 발행어음과 IMA를 합산해 자기자본의 300%(발행어음 200%+IMA 100%)로 통합 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원금 지급 리스크에 대한 장치도 마련됐다. 증권사는 IMA 운용자산의 5%를 고유재산으로 우선 적립하고 5% 이상 평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 고 과장은 "초기 단계에 증권사들이 IMA를 10조원까지 운용하기 어려울 것이고, 시간을 두고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기간 동안 증권사가 원금 지급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 평가하고, 이후 필요시 발행 한도를 재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상품이 출시되고 운용이 되면 시장에서의 반응, 사고 발생 여부, 투자자 보호 및 증권사 건전성 등에 대한 중간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제도와 한도 조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MA는 시행령과 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화되며, 금융당국은 오는 4분기 내 제도 정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