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가)는 전일 대비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12일(1496.5원)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선 조만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환율이 1500원을 웃돌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에 환율의 상방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고 예상했다.
이날 코스피도 2023년 10월 31일(2293.61) 이후 처음으로 2300선 아래로 주저 앉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40.53포인트(1.74%) 빠진 2293.70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자극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1조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은 수출 대상국의 동시다발적 관세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내수 회복세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성장률 눈높이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이에 여전한 리더십 공백에 부진한 내수, 불안한 수출 전망까지 겹치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최악의 경우 역성장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1500원선이 무너지면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물가 급등, 고용 위축, 기업 투자 악화 등으로 연결돼 국내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형연·김지영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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