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대행, 트럼프와 전화통화
경제부터 안보까지 패키지 논의
상호관세 협상 앞번호표 긍정적
경제부터 안보까지 패키지 논의
상호관세 협상 앞번호표 긍정적
![[기획] `방위비·LNG·조선` 빅딜 꺼낸 트럼프… 진짜 협상 시작됐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002100332781001[1].jpg "[기획] `방위비·LNG·조선` 빅딜 꺼낸 트럼프… 진짜 협상 시작됐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통화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상호관세율을 낮출 수 있는 힌트를 준 것이다.
이어 협상 테이블에 무역 및 관세와 무관한 사안도 같이 올릴 것이라면서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경제 관련 사안은 물론 안보 사안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를 '패키지'로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장관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다. 이에 맞춰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와 협의하기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했다.
일단 한국이 상호관세 협상의 앞 번호표를 받은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일본, 한국 정상과 연이어 통화한 것은 동맹과 먼저 협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기획] `방위비·LNG·조선` 빅딜 꺼낸 트럼프… 진짜 협상 시작됐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1002100332781001[2].jpg "[기획] `방위비·LNG·조선` 빅딜 꺼낸 트럼프… 진짜 협상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관세와 방위비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사안인 만큼 서로 연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협상이 너무 복잡해져 타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 분담금은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시설 건설 지원),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3개 항목에 사용된다고 용처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만큼, 임의로 늘리거나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예측은 예전부터 나왔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칭하면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약 14조7800억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2026년부터 적용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키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타결했다.
다만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 등 무역 문제,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조선업과 미국산 LNG 수입 등 무역·산업 현안에 대한 논의는 원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 역시 투자 규모는 차치하더라도 사업 참여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일단 양측 모두 두 사안을 공식적으로 연계하진 않더라도 방위비 협상에서의 양보를 지렛대로 삼아 관세 협상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아직 미국 측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대한 공식적인 재협상 요청을 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상호관세를 밀어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과 투자인 만큼, 우리 정부가 팩트체크나 세부 안건에 집착하기보단 미국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적절히 주고 실리를 취할 것을 조언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상호관세 부과 조치는 협상의 시작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민관협력을 통해 협상력을 '모으고 키워' 미국에 임팩트있는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협상과 별도로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지원책도 정부가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중 간 통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양국 간 무역과 자금 흐름 등이 막힐 수 있어, 오래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관세는 국가 간 조정이 가능한 사안인 만큼, 우리나라도 협상만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대응에 그치지 말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조세와 규제로 기업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펀더멘털을 다질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강승구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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